우삼용 휴먼인지환경사업본부 본부장
지난 4일 컴퓨터 마우스 발명가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컴퓨터 콘퍼런스에서 1000명이 넘는 컴퓨터 과학자들 앞에서 작은 나무상자에 작은 바퀴 두개를 넣은 마우스와 키보드로 컴퓨터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우스가 실제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이 지난 1984년 애플컴퓨터의 매킨토시에 마우스가 장착, 보급되면서 부터다.
마우스는 컴퓨터에 사용되는 입력장치로 손으로 움직이면 컴퓨터 화면의 화살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마우스 단추를 한 번 혹은 연속으로 눌러 여러가지 동작을 실행하는 장치이다. 오늘날 마우스는 `컴퓨터의 팔`로 불리며 가장 강력한 컴퓨터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마우스는 진화를 거듭해 허공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마우스 전면의 볼륨 버튼을 누른 채 허공을 움직이면 스피커 소리도 높이고 낮출 수 있다. 그 밖에도 누가 마우스를 사용하는지 사용자를 인식하는 지문마우스, 연필이나 펜처럼 손에 잘 맞게 디자인해 입력을 간편하게 한 펜 마우스 등 다양한 종류의 마우스가 개발되고 있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5~10년 이내에 새로운 시장 선점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신기술융합형성장동력사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복합촉각 마우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복합촉각 마우스는 컴퓨터 화면에 있는 사진 속의 물체의 촉감을 손 끝에서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마우스다. 지금까지는 컴퓨터 화면에 들어있는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만일 사진이나 그림에 추가로 촉감 정보가 들어 있고 이를 마우스로 만지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제품의 촉감과 질감을 만져 보고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고 시각과 촉각을 활용한 새로운 구매 행위가 탄생할 것이다. 또한 호랑이, 사자 같은 무서운 동물의 피부를 마우스를 터치함으로써 생생히 느낄 수 있고, 징그러운 벌레나 박테리아의 촉감을 손으로 느낄 수 있다면 아이들 교육에도 크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촉각마우스가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촉각에 관한 정보가 컴퓨터 사진 파일과 함께 제공돼야해, 이를 위한 다양한 사물들의 촉감 정보 표준화와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보다 실감나는 촉감 제시를 위한 온열감, 경도, 거칠기 등 주변 물리량 센서 및 엑튜에이터 연구가 추가돼야 한다.
미래사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에서 `백견(百見)이 불여일촉(不如一觸)`인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급격한 세상의 변화와 함께 마우스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 우리나라 과학자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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