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50조원의 수출 마중물 역할을 하는 무역보험의 수출입은행 중심 일원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금융 개편안의 일환으로 논의되는 수은 중심 개편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책금융 개편은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이번 경제계 목소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수은은 자산건전성 규제를 받는 은행으로 리스크가 큰 해외사업 지원이 어렵다”며 수은 중심의 일원화 논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은행과 달리 건전성 규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지난 20여 년간 중장기 무역보험을 활발하게 늘려온 무역보험공사에 그대로 존치해 달라는 의견이다. 무역보험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대표적인 수출 진흥 정책수단으로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 지난 1992년 수은에서 무보를 분리시켰다. 그러나 최근 정책금융 체계 개편논의에서 다시 중장기 무역보험의 수은 이관 방안이 거론되면서 수출금융제도가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실제 수은에서 무역보험을 총괄했던 1992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지원 실적이 현재는 202조원에 육박해 활용도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정책금융 개편논의로 신흥시장 개척과 중소·중견기업의 수출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상의는 “최근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같은 신흥경제권을 중심으로 고수익·고위험의 대형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기업이 신흥시장에서 성장활로를 찾고 있다”며 “무역보험업무의 은행 이관시 이런 고위험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담보도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활동 지원 역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경쟁국인 일본, 독일, 중국 등도 무역보험을 대표적 수출진흥책으로 인식해 수출자금 지원과 무역보험 지원을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OECD가 주요 36개국 중 수출자금 지원과 무역보험 지원을 통합 운영하는 나라는 5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개편안에서 논의되는 단기보험과 중장기보험 분리 사례는 전무했다. 경제계는 “그동안 수은은 자금지원, 무보는 보험지원을 맡아 각자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왔고, 두 차례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며 “특히 무보는 금융권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 보증을 제공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무역보험을 갑절 이상 확대지원하기도 했는데, 수은에 이관되면 이런 위기극복 지원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경제계 설명이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한 민간연구소에 따르면 무역보험의 수출기여효과는 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50조원의 수출마중물인 무역보험이 위축되지 않도록 장기무역보험의 수은 업무 이관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