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잠자고 있는 좋은 특허가 많습니다. 겨울잠을 깨우듯 이런 특허들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발굴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특허를 찾고 분석하는 것은 이호 HLP인티그레이션 서울 지사장이 지난 20여년간 해온 일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에서 디스플레이 특허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숨어 있던 특허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던 그다. 특허의 가치를 찾아주는 일은 국내 개발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HLP인티그레이션은 특허 전문 회사다. 특허 소송을 대리하기도 하고 특허를 사고팔기도 한다. 투자할 회사와 보험회사까지 연결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학과 협약을 맺고 해당 대학의 특허를 면밀하게 분석해 가치를 찾아내고 침해된 사실을 찾아 소송을 대리한다.
이 지사장이 가장 관심을 쏟는 것도 국내 대학이 가지고 있는 특허다. 그는 “대학일수록 가치를 잘 모르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명과 개발도 중요하지만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진정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개발자로 시작했던 그가 특허 관련 업무를 맡게된 것은 우연이었다. 이 지사장은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에 따라 개발실이 통합되자 구미 연구소에서 안양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STN(Super Twisted Nematic) 개발자였던 자신의 역할이 줄어들자 업무 전환을 고민했다. 특허 업무를 맡게된 계기였다.
그는 지금도 숨어있는 특허를 분석하고 발굴할 때면 처음 업무를 맡았던 그 때를 떠올린다. 당시 이 지사장이 특허팀에 합류한 후 LG가 처음 특허를 사들인 회사는 하니웰이었다. 많은 특허가 있었지만, 하니웰조차도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이 일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를 받으면서 LG는 기술과 공정 전문가들을 특허팀으로 불러들여 본격적인 특허 분석을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LG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탄탄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 지사장은 이제 디스플레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과거처럼 숨겨진 좋은 특허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특허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허 소송을 벌이더라도 해외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그만의 원칙도 있다. 이 지사장은 “국내에서 좋은 특허를 찾아낸다고 해도 소송은 해외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특허가 우리 중소기업이나 대학, 개발자들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