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업계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OTT, Over the top)와 스마트 셋톱박스를 속속 도입하면서 관련 칩셋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 강자인 브로드컴·ST마이크로를 위협하는 중소 칩 업체들이 등장했다. 코어 프로세서도 MIPS가 아닌 ARM 코어 비율이 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맥스, 가온미디어 등 국내 셋톱박스 업체가 마벨, 텔레칩스 등 국내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업체를 신규 협력사로 채택하고 스마트TV용 제품을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공급하는 셋톱박스에 후발주자인 마벨 AP를 장착했다. 일본 NTT도코모는 TV와 연결하면 스마트TV로 바꿔주는 `스마트스틱`에 국내 중소기업인 텔레칩스 제품을 사용했다.
이유는 브로드컴과 ST마이크로가 기존 리눅스 운용체계(OS) 기반 셋톱박스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면서 OTT나 스마트 셋톱박스 시장에 아직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프로세서 성능이 낮고 전력 효율이 떨어지는 MIPS 계열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해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스마트 셋톱박스나 OTT 서비스는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받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AP가 필요하다. 전력 사용도 그만큼 늘어나 코어 프로세서도 저전력을 지원하는 ARM `코어텍스` 시리즈를 쓰는 게 유리하다.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변수다.
마벨과 텔레칩스가 최근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도 ARM 기반 모바일 AP를 개발해왔던 경험 덕분이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스마트 셋톱박스·OTT 서비스용 칩을 약 70만개 공급했고 올해는 140만개가량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삼성전자·미디어텍 등에 밀려 고전하던 업체들이 셋톱박스의 고효율·고성능화 덕분에 이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