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개월만에 `출근경영`…하반기 투자·그룹 현안 집중점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두 달여 만에 본사로 출근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이 회장은 30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그룹 현안과 하반기 경영전략 등을 보고 받았다. 보고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주로 맡았다. 이 회장은 이후 그룹 수뇌부와 오찬을 함께하며 현안을 추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 2개월만에 `출근경영`…하반기 투자·그룹 현안 집중점검

이 회장이 삼성으로 출근한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56일 만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 경영구상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후 37일 만인 지난 27일 귀국했다.

해외에 머물면서도 그룹 주요 현안은 챙겼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 등 그룹 최고경영진을 일본으로 불러 현안을 보고받고 큰 결정은 직접 내렸다.

이 회장은 이날 그룹 현안과 계열사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략을 우선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사상 최대 투자계획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22조8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은 24조원이다. 상반기에 9조원 안팎이 집행된 만큼 나머지 15조원의 대규모 투자는 하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출근과 함께 하반기 전략을 보고받은 것은 하반기 투자집행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침체기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기에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강조해온 그다.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최고 실적을 구가하고 있지만 염려도 나오는 시기다. 삼성전자, 특히 휴대폰사업부에 그룹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재계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외에 계열사의 업무 집중화를 주문하는 한편 `포스트 스마트폰`을 위한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사업장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 대책마련 지시와,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관련 보고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출근에 나선 시점도 관심을 끈다. 7월 말, 8월 초는 삼성 주요 사업장이 일괄 휴가에 들어가는 때다. 사장단도 2주에 걸쳐 대부분 휴가일정을 잡았다. 이때 회장이 직접 출근에 나서면서 그룹 전반에 특유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는 매주 두 차례 출근해 업무를 봤다. 올해는 장기간의 해외 체류로 자리를 비운 날이 많았다. 귀국 후에도 비정기적으로 서초 사옥에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그룹은 향후 이 회장이 정기적 출근 경영에 나설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