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방, 이제 무인체계다

우리의 번영과 안녕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는 소망이지만, 인접국들과의 관계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연일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과 독도를 비롯한 해상 영유권 문제는 언제나 우리의 안보를 되짚어보게 한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굳건한 안보야말로 우리가 항상 실천하고 유지해야 하는 국가적 덕목임에 틀림없다.

[ET단상]국방, 이제 무인체계다

국가 안보를 위한 국방력은 보유 무기체계 성능과 운용 숙련도, 전장에서의 전술, 그리고 전투를 치르는 병력과 병사들의 능력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결국 병력에 의해 전쟁이 수행됨을 감안한다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는 싸워서 이기는 병력의 중요성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하겠다.

그러나 병력 측면에서 보는 우리의 안보 준비환경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다. 만에 하나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우리 병사들의 희생 없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를 누구라도 갈망한다. 이러한 여건과 국민 정서에 비추어 본다면, 병력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하고 `목숨을 걸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전투`를 해야 한다. 이의 대비는 머지않은 미래, 아니 지금부터라도 당장 준비해야 한다.

가장 실현 가능한 그 대안은 다름 아닌 무인체계(無人體系)다. 인간이나 생명체의 활동을 모방한 로봇을 비롯해 무인 차량, 무인 항공기, 무인 함정 등으로 하여금 실제 병력을 대신해 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많은 의견이 제안되고 강조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방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무인체계 핵심기술들이 성숙되지 못했다. 무인체계를 확보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 또한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이다.

병력이나 유인체계가 해야 할 임무를 위해 무인체계가 투입된다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들이 많다. 특히 이른바 전장의 3D라 할 수 있는 다음의 환경에서는 무인체계의 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첫째, 위험한 영역에서의 임무수행이다. 지뢰 매설 지역 또는 기뢰 부설 해역과 같이 폭발 위험성이 상존하는 곳에서는 병력이나 유인체계의 투입 시 인명손상을 각오해야 한다. 적의 무차별적 공격이 예상되는 영역에 아군 병사를 투입시켜야 하는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다수의 무인체계로 대체한다면 인명손상 없이 더욱 더 신속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둘째, 오염되거나 가혹한 환경조건 영역에서의 임무 수행이다. 핵이나 화생방전으로 오염된 지역, 인체에 해로운 가스 또는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지역 등에서는 병사들이 올바른 신체와 정신을 유지해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매우 뜨겁거나 극도로 추운 환경조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임무의 성공이 쉽지 않다.

셋째, 단조롭고 지루하게 반복해야 하는 임무 수행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일정 위치 또는 특정 영역을 감시해야 하는 때는 훈련된 병사라 하더라도 흔들림 없는 완벽한 임무수행이 용이하지 않다. 지루함을 느끼지도 않고 정신적으로도 흐트러짐이 없는 무인체계는 단조롭게 반복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우리의 국가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국방 연구개발(R&D)의 발전을 위해 이제라도 체계적인 국방무인체계의 R&D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국방무인체계 종합발전계획 수립이 우선 필요하다. 종합발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개발 추진전략 또한 정립돼야 한다.

정부를 비롯한 군, 학계, 산업계 및 연구소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아 합리적·실천적 발전방향을 정립함은 물론이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이기영 해군사관학교 교수 kylee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