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96>페이스북에서 잠시 페이스(Face)를 감추고 북(Book)을 읽다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담배 끊기보다 어렵다는 페이스북을 과감하게 끊어보려고 한다. 외부를 향한 소통보다 내면을 향한 나 자신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와 가벼운 소통이 이뤄지지만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짧은 글로 수많은 사람과 깊이 없는 대화를 하는 것보다 우선 내 안으로 파고들어가 나를 비춰보는 성찰과 전망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내 것을 남에게 알리기 이전에 과연 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진정 그것이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흐르는 짤막한 정보의 홍수에서 잠시 빠져 나와 책의 바다, 특히 고전의 바다로 빠져보려고 한다.

고전(古典)을 읽지 않으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동안 진중하게 앉아서 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지 못한 자책감이 든다.

책을 읽고 있지만 온전히 책을 쓴 저자와 저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책의 내용을 내 안에 투영시켜 스스로와 대화하는 침묵의 시간이 점점 사라져가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책은 고독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독 속에서 책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보고 반추된 의미가 내 삶에 주는 의미심장함을 손으로 적어보면서 퇴화돼가는 생각근육을 연마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페북을 한시적으로 끊어보고 이 방법이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면 8월 이후라도 지속해 볼 생각도 있다. 과도하게 연결된 SNS시대, 잠시도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현대인 무리 속에서 나도 더 이상 허우적거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아보려 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된 뇌는 뇌 근육이 발달하기보다는 수시로 날아드는 단편적 정보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려 팝콘 모양처럼 변질되고 있다고 한다. 음악의 스타카토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일일이 반응하는 뇌는 이제 침묵 속에서 책과 함께 생각근육을 단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