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미래]여성CEO, 현모양처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자

여성성을 나타내는 고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Willendorf Venus)는 최초의 인간상이라고도 하며 다산과 풍요, 생존을 위한 인간 본연의 욕망과 두려움을 나타낸다. 주술적인 의식을 치르기 위해 표현됐다고 한다.

[여성과 미래]여성CEO, 현모양처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자

갑자기 고대 비너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여성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가 과거와 현재 여성상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여성학과 여성상 등에 관련된 논문과 서적, 인터넷 등을 찾아봤다. 시대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공통점이 나타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상은 모계사회를 구성하고 생을 꾸려가는 것을 담당했다. 너무 짧고 굵게 표현하다 보니, 결론적으로 `상식적인 여성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게 막연하게 느껴지던 여성상의 더욱 확고한 이미지를 심는 계기가 되었다.

또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남성이 부족과 국민을 위해 총칼을 드는 것과 달리 평안과 안락함으로 정신적인 풍요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음도 알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나는 기업을 운영하는 여성 기업인으로서 여성, 남성에 대한 차별을 느끼지 못 한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러나 최근 여성이 가지는 내면적인 콘텐츠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 콘텐츠 내용 중 첫 번째는 신뢰다. 쉽게 비유를 해보자면, 대부분의 어머니를 생각해보자. 항상 적은 월급으로 적금도 들고 여러 명의 자식을 교육시키고 재산을 모은다. 어머니의 기본 신조는 생활의 대상인 모든 사람과 일들에 대한 약속과 실천이다.

두 번째는 마음의 안식처다. 나의 지인 중에 한 남성 CEO가 있다. 지인은 노모가 돌아가신 지 벌써 몇 해가 흘렀는데도 지금까지 어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을 흘린다. 누가 슬픈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지만 본인의 안식처였던 `엄마` 생각만 해도 자동으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이것이 여성이 상징하는 내면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를 이야기하면, 80%가 남성이고 모두 개발직이다. 입사 당시는 총각이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가 됐다. 가족을 생각해야 하고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나는 기술발전과 동시에 직원의 가정 발전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회사는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다. 매일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가끔은 회사에 나와 있는 것이 제일 편하다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여성 CEO로서 가장 큰 장점은 수다스럽지 않은 현모양처 혹은 어머니 느낌을 주는 것이다.

감성 마케팅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고객이 아닌 직원들에게 말이다.

우리 회사는 전력선 기반 인프라에 사용되는 제품을 개발 및 제조하는 B2B 회사다. 모두 전기, 전자, 기계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사적인 일 또는 주변 신변잡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일만 한다. 정말 재미없다. 개발하는 일들이 현장 테스트와 연계된 일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도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물어본다. 아이 돌이 언제인지, 이사 간 집은 좋은지, 재미있는 영화는 뭐가 있는지 등. 그러면 의외로 자랑스럽게 대답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건을 팔고 비즈니스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최근 직원들과 소통하는 용도로 감성마케팅을 활용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의 모습을 그리면, 작고 풍만하고 배가 많이 나온 보통의 어머니 이미지일 수도 있다. 여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여성의 가장 큰 장점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일 수 있다.

여성 CEO와 여성 인력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편안함과 안식처를 제공한다. 흔히 똑똑한 여성상은 `어느 자리에 가도 남성에 지지 않고 큰소리로 똑부러지게 자기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창조경제 시대를 맞이한 우리 여성 CEO와 여성 인력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봐도 온화한 얼굴로 웃음을 잃지 않고, 싸움닭이 아닌 현모양처 스타일의 여성 리더십을 발휘하는 글로벌 CEO, 글로벌 인재가 되길 기대한다.

전희연 타이드 대표(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jeounhy@iti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