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빌트인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해외 경쟁사가 주춤하는 사이, 소비재 가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글로벌 빌트인 시장 성장률이 30%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에 민감한 빌트인 시장이 최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경기 회복과 함께 시장규모가 커질 경우 주요 캐시 카우(Cash-Cow)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양사는 높아진 글로벌 가전 브랜드 위상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상대적 취약점으로 꼽혀 왔던 네트워크 부족 문제를 만회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강점이다. 그동안 빌트인 가전 시장은 냉장고·오븐·식기세척기·세탁기·쿡탑 등에 그쳤으나 최근 에어컨·TV·오디오 등으로 확대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라인업을 확보하고 다양한 옵션 제공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에 해외 경쟁사들은 관련 제품을 보유하지 않아, 다른 회사와 손잡고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이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최근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옵션이었던 에어컨을 빌트인으로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에어컨을 구매하는 것보다 내부 인테리어가 뛰어나고 에어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은 프리미엄 시장이다. 일례로 유럽시장에서 빌트인 냉장고 가격은 300~400ℓ 제품이 400만~500만원으로 일반 소비재 제품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빌트인 제품은 가전의 `루이비통`이라고 부른다”며 “일반 소비재 시장 제품과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최근 빌트인 가전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 기업고객 전용 `임원(Executive) 브리핑센터`를 오픈했다. 빌트인 전문유통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고 지역별 특화 디자인 제품도 출시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에 빌트인 가전시장에서 성장세가 크다. 올해도 시장이 가장 큰 유럽에서만 40% 이상 성장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자사 빌트인 전용 브랜드인 `LG 스튜디오`를 올해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가구업체, 건설업체와 손잡고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와인셀러·냉동고 등 기본 빌트인 제품 이외에 보유한 다양한 제품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빌트인 가전시장 성장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18억달러로 2010년의 380억달러와 비교해 2년 동안 10% 성장에 그쳤다. 경기 불황여파로 성장세가 크지 않았다.
글로벌 빌트인 시장은 유럽이 주도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시장이 183억달러로 아시아(115억달러)와 미국(79억달러)을 크게 앞선다. 빌트인 가전 시장은 그동안 보쉬·일렉트로룩스·월풀·GE 등이 주도해왔다.
글로벌 빌트인 가전시장 규모 추정
※자료:업계(냉장고·오븐·세탁기·세척기·쿡탑 등 포함. 에어컨·TV는 제외)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