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한민국은 글로벌 기업가와 투자자로 북적인다. 매달 스타트업 창업가를 위해 열리는 포럼에는 미국·일본·중국 등 유수의 스타트업 대표,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이 모여 정보를 교환한다. `해외 사업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 정부가 해외 인큐베이터센터를 만들고 액셀러레이터와 제휴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점점 더 쉬워졌다.
특히 3~4년차 스타트업에는 지금이 해외 진출 적기다. 작년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을 기반으로 글로벌 서비스 도약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본 글로벌` 정신으로 똘똘 뭉친 업체도 나온다.
이들의 진출 형식도 다양하다. 앱디스코는 한국 시장에서 기반을 탄탄히 닦은 뒤 해외 시장에 진출한 전형적인 사례다. 작년 100억원대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리워드 애플리케이션 돌풍을 일으켰던 서비스 `애드라떼`는 올해 초 일본과 싱가포르·베트남을 차례대로 공략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일본 애드라떼 출시 당시에는 하루 만에 전체 앱스토어 순위 1위를 차지하고 베트남도 지난 7월 출시한지 열흘 만에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업체가 해외 모바일 리워드 광고 시장을 선점하는 이변을 낳았다. 유범령 애드라떼 글로벌사업총괄은 “해외 진출을 위해 오랫동안 꾸준히 준비했다”며 “애드라떼 서비스 자체가 쉬운데다 신흥국에서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어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플앱 `비트윈`을 서비스하는 VCNC는 올해 2월 일본 지사를 설립하고 순항 중이다. 사용자 증가 추세로 서비스 이용시간과 충성도가 높다. 조력자 파워를 등에 업고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 화장품 서브스크립션업체 미미박스가 대표적이다. 창업인큐베이터 스파크랩에서 일본 최대 오픈마켓인 라쿠텐의 조너선 레빈 최고기술책임자를 소개받아 일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KOTRA가 주최한 `나는 글로벌 벤처다`에서 대상을 받아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기회도 갖게 됐다.
제휴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도 있다. 오픈서베이는 일본 리서치 전문회사 이노베타와 이달 초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노베타는 겅호 온라인, 리크루트 등 60개 이상 기업에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지금은 일본 업체가 한국 시장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오픈서베이를 이용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업체들이 외국 시장을 검토할 때 오픈서베이를 이용하도록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동호 대표는 “해외의 수준 높은 앱 개발사들이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지만, 문화 차이 등으로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오픈서베이를 통한 일본 개발사의 성공적인 한국 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스마트TV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버드랜드소프트웨어는 세계 미디어플레이어 선두권 업체인 엑스트리머(Xtreamer)와 계약을 체결하고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본 글로벌` 업체도 있다. 아직 한국 시장에서 성공 여부를 확인받지 못했지만 실리콘밸리, 일본, 중국 등 현지화에 성공해 진출한 업체다.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개발업체 노리는 최근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미국교육협회와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교육협회라는 보수적인 단체에서 해외 스타트업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김용재 대표는 “한국보다 PC 기반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에서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화 스마트저널 스텝(STEP Journal)을 만든 위플래닛 역시 한국어 버전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영어 버전부터 내놓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소셜에 피로감이 커지면서 스텝 같은 `라이프로깅` 관련 서비스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목진건 공동대표는 “스텝 서비스를 안정화한 뒤 스케일 업하는 과정에서 한국어, 일본어 등 다국어 버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활발한 해외 진출에 미래창조과학부, 정책금융공사와 각종 지원기관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반기 다양한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더 많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최근 미국 유명 인큐베이팅사 초청으로 다녀온 연수에 참가했던 스타트업 10여 곳 대부분이 몇 주 만에 현지 수출과 투자유치, 업무제휴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었다”며 “2000년 초반 벤처와 달리 최근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이나 기술력이 해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본격적인 해외 진출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더 많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윤 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