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스원 R&D센터…완성차 못잖은 설비 갖추고 품질 개선 박차

불스원 송도 R&D센터에서는 쇠구슬로 자동차용 엔진오일 성능을 시험하는 장비가 단연 눈에 띄었다. 맞물린 쇠구슬 네 개를 한 시간 동안 1200rpm 속도로 회전시키는 장비였다. `포볼(four ball) 마모 테스터`로 불리는 이 장비는 쇠구슬이 마모된 넓이를 측정해 엔진오일 성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마모가 덜 될수록 오일 성능이 좋다는 의미다. 장비 가격은 1억4000만원으로 연구소 내에서 가장 비싸다. 테스트를 마친 쇠구슬을 확인하자 지름 0.4㎜ 크기의 마모 부위가 자동으로 측정됐다.

불스원 송도 R&D센터 신진호 연구원이 `포볼 마모 테스터`를 거친 쇠구슬을 현미경에 놓고 마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구원이 가리키고 있는 붉은 원이 마모된 부분이다.
불스원 송도 R&D센터 신진호 연구원이 `포볼 마모 테스터`를 거친 쇠구슬을 현미경에 놓고 마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구원이 가리키고 있는 붉은 원이 마모된 부분이다.

이성구 불스원 R&D센터 개발팀장은 “마모된 넓이를 보면 엔진오일 성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 “불스파워를 넣은 엔진오일은 일반 엔진오일보다 쇠구슬 마모 넓이가 20% 좁다”고 말했다.

엔진보호제를 중심으로 국산 자동차 용품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불스원 R&D센터는 완성차 업체에 버금가는 장비를 갖추고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660㎡ 규모로 설립된 불스원 R&D센터는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15명의 전문 연구원이 엔진과 실내공기, 유리 등 100여종의 자동차 용품을 직접 개발한다. 센터에 있는 장비 가격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물방울 각도 측정 장비까지 있을 정도다.

또 R&D센터가 보유한 해외 자동차용품은 2000종이 넘는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매년 3~4회씩 해외에 나가 시장조사를 한 결과다. 지하엔 웬만한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없는 10억원 규모 `엔진 다이나모미터` 측정실도 있다. 김서림 방지 등 5건의 특허를 보유했고 최근에는 일부 제품이 세계적 권위를 가진 독일 TUV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다.

불스원이 이처럼 기술력에 집착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옥시크린`으로 유명한 옥시를 모태로 2001년 불스원이 설립돼 `불스원샷` `불스파워` 같은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국내 자동차 용품 시장을 개척했지만 아직도 해외 제품만 선호하는 풍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눈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870억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이성구 팀장은 “10여년 동안의 노력으로 국내 자동차 용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노력으로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