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예비역 병장 신혜권의 미래전읽기]방탄복의 숨겨진 비밀

우리는 영화 속에서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유독 주인공만은 총탄을 모두 피해가는 장면을 종종 본다. 더 심한 건 총탄을 심장이 있는 곳에 맞았는데 몇분 후 기침을 하며 깨어나 총탄이 박힌 철로된 상징물이나 군번줄에 달린 인식표를 꺼내는 장면도 있다. 도대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만든 영화 속 장면이다.

[CIO BIZ+/예비역 병장 신혜권의 미래전읽기]방탄복의 숨겨진 비밀

전쟁터에서 사용되는 총탄은 이정도 철판으로 막아내지 못한다. 설사 막아낸다 하더라도 총탄을 맞은 충격으로 외상과 내상을 입는다. 심하면 충격으로 장기가 파열되기도 한다. 전쟁터에서 방탄복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 방탄복 개발은 간단한가. 무거운 철판을 넣어 만들면 되는 건가.

방탄복 제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가 착용하기 위한 방탄복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총탄을 관통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성능과 또 하나의 성능은 총격을 받았을 때 발생되는 충격을 막아주는 능력이다. 실제로 총탄에 의한 충격으로 부상을 입는 예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 두 가지 기능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반대되는 성질이다. 총탄을 관통하지 못하게 하려면 유연성이 좋아야 하지만 총격에 의한 충격에는 약하다. 반대로 총격에 의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뻣뻣하게 만들면 총격 관통에는 약하다. 예를 들어 천을 뻣뻣하게 펼쳤을 때 송곳으로 찌르면 잘 뚫리고, 느슨하게 천을 펼치면 송곳이 천을 뚫지는 못하지만 천 안쪽의 면에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이스라엘 등 방위산업 선진국은 방탄복 개발에 열을 올린다. 방탄복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2차대전 직후 아라미드 등의 특수섬유를 활용, 방탄복을 개발하다 최근에는 액체 방탄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 등에 있어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방탄복 개발에 적극적이다. 아직은 전시용 방탄복까지는 아니지만 액체 방탄재를 사용, 개발에 성공했다. 전시용 방탄복 생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게를 줄이고 유연성과 후면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탄 소재를 개발, 우리나라 병사를 날아오는 총탄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