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삼성전자·애플 대타협 가능성은?

ITC, 삼성 애플 특허침해 판정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격 합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특허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안에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합의를 하려면 양쪽이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소송전에서 애플이 우세한 탓이다.

지난 3일 오바마 행정부는 ITC 판정을 뒤집고 애플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미국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때 거부권이 나오지 않았다면 두 회사 간 합의가 좀 더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창훈 특허법인 아주양헌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이 빠른 시간 안에 종결될 가능성은 낮다”며 “양쪽 다 소송을 끝낼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소송으로 5억9950만달러(약 65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소송비를 내야 한다. 1차 소송에서 배상금을 줄여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이렇다 할 큰 승리가 없어 합의할 가능성이 낮다. 그나마 ITC에서 애플 제품 수입금지 판정을 끌어냈지만 빛이 바랬다.

먼저 소송을 제기한 애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평결 때보다 배상금 액수가 절반으로 준데다 ITC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여기에 소송을 제기한 2년 간 삼성을 견제하려던 애플 전략은 실패했다. 애플의 소송 덕에 삼성전자는 톡톡한 글로벌 홍보효과를 봤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두 회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어 전격 합의 가능성도 거론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20일 ITC 문건을 인용해 두 회사가 1년 전부터 분쟁을 끝낼 비밀협상을 지속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여름 애플이 한 건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여러 번 접촉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대면협상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두 회사가 합의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최종 타결에 실패해 협상 분위기가 다소 냉각됐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경쟁자임과 동시에 상호 의존도가 높아 합의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삼성전자 프로세서와 메모리칩 최대 고객사지만 삼성전자가 납품을 끊으면 스마트폰 제조 자체가 힘들어진다. 실제로 최근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아이패드 패널 공급을 오히려 늘렸다.

밥 오도넬 IDC 연구원은 “애플은 삼성전자와 관계를 끊으려 애쓰지만 일부 부품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며 “애플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전환기”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