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가정보국(NSA) 기밀감시 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회 일각에서 회의론이 불거진다.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상·하원 정보위와 법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NSA 기밀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적법 여부를 규명하는데 있어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회의론이 나오는 가장 큰 배경은 정보당국의 무성의한 브리핑 관행이다. 미국 의회 청문회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 정보당국을 상대로 한 청문회 또는 브리핑은 예외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정보당국 브리핑은 의원들이 당국자들로부터 `일방적으로(one-sided)` 설명을 듣는 자리라고 비판론자들은 말한다.
의원들이 콕 찍어 질문하지 않으면 당국자들이 자발적으로 답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NSA 통화감청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 브리핑도 마찬가지였다.
하원 정보위 소속 잰 샤코브스키(민주·일리노이) 의원은 “NSA의 무더기 감청프로그램을 의회가 승인한 건 맞다”면서도 “충분히 알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이 맞닥뜨린 또 하나의 문제는 브리핑 자료가 대외비 문건이란 점이다. 의원들은 주어진 특정장소에서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규정에 따라 브리핑 때 기록한 노트는 가져가지 못한다. 회의장 밖으로 나와서 동료나 외부 전문가들 혹은 자신의 참모들과 토론하지 못하게 돼있다.
하원 정보위 소속인 애덤 쉬프(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통상 브리핑이 의회 지하 회의실에 열리는데 각 의원의 책상 위에 `일급비밀` 라벨이 붙은 링 바인더가 놓여있다”며 “의원들은 회의가 끝나면 이것을 자리에 놓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렇다 보니 어떤 질문을 던져할 지가 가장 힘들다”며 “우리가 놓쳐선 안될 큰 것을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의원들이 정보당국의 환심 사기 작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한적 정보제공이나 내부 견학으로 의원들이 마치 스파이 세계의 내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기밀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초당파적인 다수가 이 프로그램을 테러공격을 막기 위한 치명적 수단이라고 옹호하며 묵살한다”고 말했다.
홀트 의원은 “정보당국이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 정직하게 대응하기 보다 혼동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