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장비 입찰 과정에 기상업계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일부 업계를 넘어 기상청 내부에서 조차 `특혜` `유착관계` `마피아`라는 극단적 용어가 언급될 정도다. 핵심은 기상장비 입찰 과정에서 기상청이 특정 업체 선정에 압박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기상청이 장비 도입이 아닌 본래 업무인 예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본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상장비 도입 논란의 배경과 현황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기상장비 입찰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공항 기상장비 라이다 도입으로 표면화됐던 기상청과 기상업계 간의 갈등이 다른 기상장비 입찰에서도 반복되는 모양새다.
13일 기상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됐던 `지진조기경보관측장비 구매업무` 관련 기상산업진흥원이 신규 사업자인 N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상청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진장비 시장은 H사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하지만 특정 업체 독점이 도마에 오르면서 올해는 공사와 장비 입찰을 분리하고 경쟁 입찰을 도입했다. H사는 19억원의 영국 지진장비로, N사는 11억원의 프랑스 장비로 입찰에 참여했고 N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N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뒤 발생했다. 입찰에 실패한 H사는 평가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기상청은 진흥원에 관련 업무 재점검을 지시했다. 양사 간 장비가격 차이가 심해 덤핑 의혹이 일기도 했다. 기상청은 N사의 장비를 규격부적합품으로 정의하고 진흥원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N사에 선급금 지급 불가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심사에 참여한 전 진흥원 관계자는 기상청의 요구를 이해할 없다는 반응이다. 규격 부문에서 두 장비 모두 적합했고 규격 및 가격 분리심사로 가격이 더 낮은 N사의 장비가 정상절차를 거쳐 선정됐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는 “독점 논란을 겪었던 H사가 배우자 회사를 동원해 1억원 낮은 가격으로 경쟁입찰에 참여한 것을 문제시 했어야 했다”며 “N사의 장비는 최근 중국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1000대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기상청은 대행역무 계약(업무검사와 감독)에 의거해 진흥원이 추진하는 업무에 적정성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상업계는 이번 지진장비 입찰 논란은 201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라이다 장비 도입 논란의 복사판으로 보고 있다. 장비 심사 및 평가기관이 저렴한 장비로 경쟁에 참여한 신규사업자를 선정한 것에 수요처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시각이다.
한 기상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진장비는 물론이고 낙뢰장비 등 향후 여러 입찰에서 신규 사업자 진입에 따른 갈등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2008년 기상청 납품비리로 장비 구매를 진흥원에 대행하도록 했지만 기상청이 여전히 관련 업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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