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소프트웨어(SW) 시대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 중 SW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14%에서 2012년에는 35%를 넘어서는 등 21세기에는 SW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자동차와 TV 등 가전제품의 성능 혁신도 SW가 주도한다. 가전 및 장비 업종에서 SW는 전체 연구개발(R&D)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창업의 70~80%도 SW 분야다. 막대한 설비투자를 수반하는 제조업과 달리 아이디어와 노트북 하나면 창업이 가능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서버와 노트북으로 시가 70조원에 달하는 페이스북을 만들어냈다.
세계 각국은 SW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의 전략에서 공통적인 점은 `창의적 인재 양성`을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 정보통신기술(ICT) 인재들이 넘쳐나는 미국에서 빌 게이츠, 에릭 슈미트 등 저명 인사들이 SW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휴대전화, 반도체 등 하드웨어(HW)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과 비교할 때 국내 SW산업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올해 2분기 북미시장에서 우리나라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지만, 국내 패키지SW 1위 기업은 세계 200위내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창의적 인재양성 등 SW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국내 SW를 비롯한 컴퓨팅 교육 현실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갖고 있다. 컴퓨터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체험학습이나 방과후 교실 등을 통해 실시되고 있으며, 내용도 한글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 등 컴퓨터 사용법 수준의 교육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6~9세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두 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컴퓨터 수업 방식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역부족이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적 인재양성 방안을 범정부 계획으로 마련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쉽고 편하게 SW를 배울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강화하고, 온라인 교육 등도 확대해나갈 것이다. 또 SW 교육이 특별히 요구되는 영재학교, 마이스터고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에 기반해 아이들의 호기심과 잠재력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등 정보화 역기능 현상도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는 천재도 우연히 등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의적 인재가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몫이다. 다행히 민간 부문에서도 전문적인 양성기관을 설립하는 등 실무형 산업인력 양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기업체와 대학교가 협력해 각종 주니어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SW 교육봉사단 등 민간차원의 봉사활동을 통한 조기 교육 붐이 일고 있다.
SW를 21세기 공용어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조기 교육을 통해 내면화되는 것처럼 SW 원리 및 제작에 관한 지식을 일찍부터 습득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창조경제 및 창조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최근 SW 인재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많다. 관련 학과 인기가 하락하면서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고 기업은 해외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업에서 필요한 SW 전문인력 양성 정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창의적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미래 혁신가인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SW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관점에서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장 choijaey@msi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