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에 원전 비리 문제까지 겹치며 `블랙아웃` 공포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전력 수급 최대 고비다. 국민과 기업의 절전 협조로 전력 대란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예비전력이 100만㎾대로 낮아지면 순환 단전이 불가피하다.
단전이 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병원, 수족관, 음식점 등이다.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다. 식재료가 상해 대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시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전력 위기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30℃를 크게 웃도는 날씨에 냉방 가전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전력난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냉방 효율은 높이고 소비 전력은 낮추는 `공기순환기`에 소비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실제 성능과 사용성이 어떤지 직접 확인해봤다.
황민교 기자 min.h@ebuzz.co.kr
◇마켓 트렌드
요즘 여름철 가전으로 가장 화두가 되는 제품은 에어컨, 선풍기, 제습기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한철만 사용하는 전형적 계절상품이다. 계절 가전 가운데 그 진가를 새롭게 따져봐야 할 상품이 있다. 바로 공기순환기다.
공기순환기는 저전력·고효율의 대표 제품이다. 겉보기에는 선풍기와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기순환기는 개념과 원리가 다르다.
선풍기는 공기를 모아 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나 공기순환기는 옆으로 퍼지지 않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강력한 에어빔으로 실내 공간 위쪽의 따뜻한 공기와 밑에 깔린 차가운 공기를 섞어 냉난방 효과를 극대화한다.
선풍기는 직접 쐬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공기순환기는 다른 쪽으로 틀었을 때 더 효과를 낸다. 전형적인 `역발상` 상품인 셈이다.
에어컨에 공기순환기를 곁들이면 냉방온도를 2~3도 높게 설정해도 그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 이와 반대로 겨울철에는 난방온도를 그만큼 낮게 잡아도 골고루 따뜻하다. 물론 공기순환기를 단독으로 사용해도 공기를 실내 전체에 순환시켜주기 때문에 한층 더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쓰임새가 많다. 냉방기면서 난방기로도 분류되며 때로는 공기청정기로도 쓰인다.
`가감승제(+·-·×·÷)` 원리를 빌려 공기순환기 시장을 분석해본다.
◆공기순환기 vs 선풍기
1.성능은 `더하기(+)`
공기순환기는 선풍기를 대체하는 제품이다. 공기순환기는 선풍기보다 바람이 도달하는 거리가 훨씬 멀다. 가정용 선풍기는 바람이 미치는 거리가 5m 정도다. 가까운 거리일 때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선풍기는 공기 흐름 역시 부드럽지 못하다. 이 때문에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선풍기 바람이 신경 쓰이기도 한다. 사용 시기도 여름 한 철로 제한된다.
공기순환기는 공기의 직진성을 극대화한다. 2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라기보다는 `에어빔`이 더 정확하다. 여기서 나오는 바람은 선풍기처럼 세게 틀어놓고 바로 앞에서 쐬기 힘들 정도다.
에어빔은 정체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킨다. 바람을 직접 맞지 않더라도 시원하고 쾌적하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난방기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실내에서는 항상 더운 공기가 위쪽으로 몰리는 탓에 냉난방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기순환기는 실내 온도를 균일하게 만들어 냉난방 효율을 높인다.
에어컨 사용 시 27도 정도로 맞추더라도 함께 사용하면 3도가량 더 내릴 수 있다. 겨울에는 그 반대다. 냉난방을 하는 실내에서는 사계절 쓸모가 있다.
2.소비전력은 `빼기(-)`
공기순환기를 활용하면 에너지 절감 및 냉난방기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상 선풍기 소비 전력은 60W 정도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기순환기는 선풍기의 30% 정도 전기를 쓴다. 에어컨 소비 전력이 통상 3000W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3.향후 시장 전망은 `곱하기(×)`
공기 순환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은 보네이도의 `보네이도`다. 5년 전 국내에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한 해 1000대 정도 판매했다. 현재는 한 해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공기순환기 시장에 반응이 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후년께 선풍기 시장을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런 추세에 힘입어 선풍기 업체도 공기순환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비자 제품 만족도가 아주 높다. 내년이면 올해 시장 크기보다 최소 갑절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4.경쟁 구도는 `나누기(÷)`
지난해까지 공기순환기 시장은 보네이도 독주체제였다. 그러나 1~2년 사이 국내에는 13~15개 브랜드에서 30여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에만 7개 제품이 새로 출시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경쟁제품의 출현은 급증할 전망이다.
일본 발뮤다와 모리타덴코, 대만 서큐온 등이 공기순환기를 선보였다. 여기에 신일을 포함한 선풍기 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향후 치열한 시장 경쟁 구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게 맞는 공기순환기는
보네이도의 `보네이도 633`, 헌터의 `에어서큘레이터Z`, 발뮤다의 `그린팬`, 미코노스의 `에어로팬` 네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봤다. 각 제품의 특성이 달라 소비 포인트에 맞춰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의 성질로 구분해보면 어떨까. 그린팬과 에어로팬은 비교적 넓은 공간에 부드러운 바람을 내보냈다. 보네이도 633과 에어서큘레이터Z는 직진성을 지닌 회오리바람이었다.
공기순환기 제품은 전반적으로 소비전력이 낮지만 그 중 그린팬과 에어로팬은 전기 효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격에서는 보네이도와 헌터 제품이 경제적이었다.
디자인이 돋보인 건 그린팬이었다. 이 제품은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을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수상했다. 그만큼 제품 자체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진다. 성능의 다양성은 에어로팬이 우수했다. 공간 활용도는 미니 사이즈인 에어서큘레이터Z가 타 제품에 비해 앞섰다.
◆디자인과 성능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면
발뮤다의 `그린팬`은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14엽으로 된 날개 구조는 미학적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제품 성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제품의 시작은 흥미롭다. 테라오 겐 발뮤다 CEO는 한 공장에서 선풍기를 벽에 대고 틀어서 사용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람끼리 충돌해 만들어진 바람은 또 다른 시원함을 선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탄생한 날개가 14엽 이중구조 날개다. 바깥쪽 큰 날개와 안쪽 작은 날개에서 각각 바람이 나온다. 두 가지 바람이 부딪치면서 멀리 퍼진다. 이를 이용해 자연풍과 유사한 바람을 구현해낸다. 직접 바람을 쐬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그린팬은 `최소에서 최대를`이라는 철학이 깃든 제품이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게 부품, 디자인, 에너지는 최소며 효과는 최대다. 소비전력이 3W에 불과한 `자린고비` 상품이다. 그린팬은 최고 풍속으로 틀었을 때도 17W 정도만 소비한다. 최저 운행 시 소음이 13㏈ 정도로 조용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린팬은 유니팩(Unipack)이라는 휴대형 배터리로도 구동할 수 있다. 이 배터리를 사용하면 최소 운행 시 1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유니팩을 미리 충전해둔다면 전력 수급에 이상이 생긴 상황에서도 문제없다. `EGF-1200-WK`와 `EGF-3000-WH`가 대표 모델이다.
◆`다재다능 제품`을 원한다면
미코노스의 `에어로팬`은 선풍기, 환풍기, 공기순환기의 기능을 합친 제품이다. 상황에 따라 여러 모로 쓸모가 있다.
총 8단계의 바람세기 조절 및 타이머 조절이 가능하다. 선풍기처럼 직접 바람을 맞고 싶은 때에는 1~4단계를, 에어컨과 연동해 공기순환기로 쓰고 싶다면 5~8단계로 맞추면 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환풍기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기존 공기순환기 제품도 환풍기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순 있었지만 제품을 직접 돌리는 방식이었다. 미코노스 에어로팬은 날개 자체가 역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직 송풍이 된다.
이 기능들은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수직으로 젖힌 상태에서 역방향 회전을 작동하면 위로 올라가는 따뜻한 공기를 아래쪽까지 고르게 보내줄 수 있다. 천장형 에어컨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중앙 기둥이 분리가 가능해 단을 낮춰서 사용할 수 있다. 10장으로 되어 있는 날개는 중앙부가 두껍고 끝은 가는 S자 곡선을 구현한다. 이를 이용해서 정회전과 역회전 모두 같은 풍력을 얻을 수 있다. LED 조명을 탑재해 야간에도 조작하기 편하다. 소비전력은 4~27W다.
◆`공간 활용도`를 최우선시한다면
헌터의 `에어서큘레이터Z`는 최근 소비자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크기가 작다는 점이다. 일반 선풍기 크기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납과 보관 역시 용이하다.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일반적으로 공기순환기에는 타이머가 없다. 에어서큘레이터Z는 개인의 선호나 필요에 따라 시간 조절기능을 넣어야 한다고 판단해 업계 최초로 멀티타이머 기능을 넣었다. 최장 7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전면 그릴은 특수 설계된 회오리 타입이다. 후면 그릴은 공기 유입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상하 좌우 간격이 일정하다. 바닥축이 회전하는 그라운드 스윙 방식을 채택했다. 분당 3회 좌우 저속 회전이 가능하다. 회전 각도는 45도다. 상하 수동으로 90도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크기에 비해 소음은 다소 큰 편이다. 소비전력은 20~60W, 제품 중량은 2.67㎏이다.
◆`초강력 에어빔`을 원한다면
공기순환기의 원조는 미국 `보네이도`다. 보잉 제트엔진 기술자 그룹이 개발했다.
보네이도는 공기가 직선으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오랜 기간 동안 찾아왔다. 직접 사용해본 결과 바람의 질이 타 제품에 비해 무겁고 강력했다. 공기순환기의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다. 타사와 구분되는 점은 모터 무상보증 기간이 5년이라는 것이다. 품질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보네이도는 20m 이상의 에어빔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먼 거리로 순환한다. 따라서 바람을 직접 맞지 않아도 쾌적하다. 이 때문에 냉난방기의 효율을 증가시킨다.
한 번 구매하면 여름, 겨울철 모두 사용 가능하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층이나 업소와 같이 넓은 공간도 사용 가능하다.
소비전력이 평균 40~50W밖에 되지 않는다. 보네이도 모델엔 533, 633, 733, 783 등이 있다. 이름만 봐선 헷갈릴 수 있다. 제품 번호가 커질수록 공기 이동거리가 멀어지고 최고 풍속 또한 빨라진다. 533은 가정집 안방에서 사용하기 적당한 크기다. 633은 거실이나 사무공간에서 733과 783은 대형 음식점, 비닐하우스, 연회장 등에서 이용하기에 좋다. 633 모델 기준 소비전력은 36~54W다.
황민교기자 min.h@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