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CEO]이철원 엑시스모바일 대표

모바일 부가서비스 전문업체 액세스모바일은 전형적인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기업이다. 이철원 대표를 포함한 창업멤버 3명은 2006년 각각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처음부터 뿔뿔이 흩어진 채로 기업을 출범시켰다. 이듬해 이 대표도 인도에 1년 간 머물렀으니 설립 초기 창업멤버가 한국에 한 명도 머물지 않았던 신기한 토종 중소기업인 셈이다.

액세스모바일은 통화연결음을 다채롭게 꾸미는 `컬러링` 또는 `레터링`이나 키워드를 인식해 단문문자메시지(SMS)를 멀티메시지(MMS)로 바꿔주는 `컬러 SMS`가 주력 상품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리얼네트웍스에 인수된 와이더댄 아시아·태평양 지역 팀장 출신이다. 그는 “해외 영업 일선에 있으면서 가능성을 보고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첫 수출은 2007년 인도네시아의 통신사를 상대로 한 컬러 SMS였다. 2009년 5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본격적으로 기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국내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해인 2011년 매출은 104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수출액이 100억6900만원으로 수출 비중이 97%였다.

현재 주력 수출 대상 국가는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이다. 아세안 지역을 중점 공략한 것은 이 대표의 지난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설명이다.

“전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각 지역별 수출 전략을 분석하니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미국은 현지 기업을 인수하면서 성공했고, 유럽은 HP·노키아 등 유수 기업과 협력을 맺으며 안착했습니다. 중국은 결국 실패했는데,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수출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경쟁사도 많고, 저작권 보호도 안되고…. 반면 아태지역은 기술력을 살려 독자적으로 침투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액세스모바일의 수출 방향도 이를 참고해 정했습니다.”

이 회사는 직원도 한국(45명)보다 외국인(60명)이 더 많다. 그렇다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긴다. 이 대표가 재작년 4개 지사에서 직원 몇 명을 격려차 한국으로 불렀다. “각 국별 특성에 따라 이슬람교·불교·천주교·기독교 등 4대 종교가 다 있는 거에요. 거기 맞춰서 대접해 드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시장경제 선진화가 덜 된 국가들이다보니 현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시장이 휘청대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검은 10월(Black October)` 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지의 부패된 기업 문화에서 비롯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휴대폰 콘텐츠 공급업체(CP)들이 통신사 담당자에 뇌물을 주고 가입자들이 자사 부가서비스를 반(半) 강제로 쓰게 만들도록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스팸 메시지를 잘못 누르면 자기도 모르게 부가서비스를 가입하게 되는 일종의 피싱 마케팅도 기승을 부렸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곪아 터지면서 인도네시아 통신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10월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 가입자의 모든 부가통신서비스를 강제 해지하라`는 명령이었다.

월 10억원 매출을 거두던 인도네시아 시장이 원천적으로 닫혀버린 것이다. 부패 스캔들에 전혀 연루되지 않은 액세스모바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 넘게 줄었다. 이 대표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당국의 조치 덕분에 실력 없는 업체들이 시장에서 줄줄이 퇴출돼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며 “올해 다시 인도네시아 시장을 회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부가서비스는 전체 가입자 중 1%만 점유하면 최소한의 성공으로 친다. 10%가 넘으면 대박 서비스다. 컬러링은 우리나라 가입자 중 30~40%가 쓰는 `초대박` 서비스고, 해외 시장에서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가입자 30%가 이용해도 2000만명이 안되는데, 인도는 10%만 써도 1억명, 인도네시아는 2500만명입니다. 사용자 수가 절대적인 지표가 되는 부가서비스 시장으로선 안성맞춤입니다.”

이 대표는 매출 1000억원 고지가 목표다. 이를 위해 첫 번째 단기 목표는 `인도 점령`이다. 다른 수출국에 비해 아직 인도 수출 비중은 크지 않다. 이 대표는 “인도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달리 `한국 프리미엄`이 없는데다,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사들이 많고, 일 처리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며 “꾸준한 비즈니스 추진을 위해선 `마음의 수양`이 필요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액세스모바일의 이 대표 방에는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도와 함께 인도의 상세 지도가 크게 걸려 있다.

컬러링·레터링은 음성통화 서비스가 쓰이는 한 유효한 모델이기 때문에 게임 등 다른 부가서비스와 달리 스마트폰 혁명에도 여전히 수출량이 보장되지만, `페이스북 프로파일 포털 플랫폼(profile portal platform)` 등 시대 변화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페이스북 프로파일 포털 플랫폼은 통신사 가입자가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정보를 통신사의 고객관계관리(CRM)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이 외에도 한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K팝 포털 서비스 등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아세안 지역 고객사가 가장 좋아하는 접대가 뭔지 아냐”고 물었다. 중국 비즈니스에 필수라는 `관시(관계)`나 필리핀에서 주기적으로 터지는 각종 뇌물 사건 등이 떠올랐다. 이 대표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우리나라에 한 번 모셔오는 겁니다. 깨끗하게 발달한 우리나라의 도심과 ICT 산업을 보여주고, 시가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소박한 자연과 각종 위락시설이 있는 우리나라에 한 번 오면 훨씬 거래관계를 맺는 게 수월해집니다.” 해외에 직원의 60%가 있지만 역시 국내 토종 기업이었다. 이 대표는 14일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인도로 출국했다.

[글로벌 ICT CEO]이철원 엑시스모바일 대표

[글로벌 ICT CEO]이철원 엑시스모바일 대표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