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B설계 업계, SW 라이선스 문제 해결 자발적으로 나서

중소 인쇄회로기판(PCB) 설계 업체들이 설계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정 업종이 자발적으로 SW 불법복제 예방과 정품 구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품 SW 사용에 대한 사용자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PCB설계산업협의회와 관련 설계사업자들이 정품 설계SW를 공동 구매하는 등 불법 SW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현재 PCB 업계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인 이하의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처리하는 하청 업체들이다.

한국PCB설계산업협의회 측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 및 설계 사업자들이 현 상태로 SW를 불법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며 “우리 업계도 정당하고 떳떳하게 정품 SW를 사용하고, 이에 따라 올바른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이번에 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응 방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측에 따르면 회원사 200여개 가운데 정품 SW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사업자들의 열악한 수익 구조상 필요한 수만큼 정품으로 구매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PCB 설계 업체 대표는 “대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설계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값 비싼 글로벌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며 “멘토그래픽스 등은 한 카피당 1500만원이 넘어 제돈 주고 사긴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글로벌 설계SW 기업들도 이 같은 국내 중소 사업자들의 실정을 잘 알고 있다. 자금력이 여유롭지 않은 사업자들에 강압적으로 요구해 봤자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판단해 그동안 눈감아 왔다. 일정 규모 이상으로 회사가 성장하면 정품 구입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한국PCB설계산업협의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품 SW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동 구매하는 방안과 월정액 이용료를 지불하는 방식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의견이 모아지면 SW 공급업체와 구체적인 협의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PCB설계산업협의회 측은 “최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공동 구매 의사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달 말 SW 공급업체와 구체적인 협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도 진행한다”며 “공급업체와 협의가 잘 이뤄지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