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체 발전소 가운데 가장 큰 설비 용량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연일 표준출력을 넘어 105%의 초과 발전에 돌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고장정지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력피크로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된 예방정비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관계기관과 발전공기업에 따르면 원자력을 제외한 발전 5개사 299기 발전기는 최근 최대 한계출력(MGR)으로 가동 중이다. MGR는 발전 설비용량을 초과해 가동할 수 있는, 제작사가 허용하는 출력 한계치다.
발전 5개사는 최근 하루 설비용량으로 4408만㎾의 전력을 생산하는 가운데 28만8000㎾를 MGR로 보충하고 있다. 299기 발전기 전체 공급능력을 초과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의미다.
영흥화력발전본부 관계자는 “영흥 4호기 정격출력이 87만㎾지만 현재 88만50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며 “그만큼 석탄과 공기를 많이 넣고 있어 발전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화력 역시 고열량탄을 이용해 설비용량을 넘어서는 출력으로 운영 중이다. 서부발전과 동부발전은 MGR로 설비용량 대비 2만~3만㎾의 전력을 추가 생산 중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설비용량을 넘어서 발전기가 가동된다는 것은 그만큼 설비에 무리가 간다는 의미”라며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운전원들이 24시간 예의주시하며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50만㎾급 충남 당진화력 3호가 터빈 이상으로 멈춰서는 등 피로 누적으로 설비가 고장났다. 정격 출력 50만㎾인 당진발전소는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피크 타임에 출력을 2만㎾ 더 높여 가동해왔다.
여름과 겨울에 전력피크가 번갈아 나타나면서 제대로 된 예방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력발전 가운데 지난 2년간 발전기를 완전 분해해 정비하는 A급 정비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발전소 관계자는 전했다. 영흥1호기는 지난 3월 예방정비를 예정했으나 오는 9월로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격출력을 넘어서는 화력발전소 가동이 이어진다면 오래된 발전소부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종훈 발전회사 협력본부장은 “발전사 자체적으로 예측정비시스템 등 첨단 정비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매년 여름과 겨울 계속되는 전력피크와 올해 원전사태로 설비의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며 “전력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재로서는 설비 피로도를 해결할 수 있는 별다른 대안이 나오기 힘들며 대신 발전소 간 정비 예비품 공동 운영 등으로 정지 시 정비 시간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연일 풀가동, 예방정비도 제대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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