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로 직격탄을 맞은 부품업체들이 소재사업 확대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소재는 부품에 비해 판가 인하 압력이 덜하고, 경쟁사가 단기간에 추격하기 어려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소재사업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부품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H바텍·옵트론텍·서원인텍·우전앤한단 등 주요 부품업체들이 스마트폰 소재 개발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했다.
노키아 핵심 협력사였던 KH바텍은 소재사업 확대로 포트폴리오 강화와 거래처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 2분기 KH바텍 매출은 1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294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경량화에 쓰이는 마그네슘 소재 매출이 갑절로 늘어난 덕분이다. 최근에는 알루미늄 소재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알루미늄은 방열효과가 뛰어나 향후 스마트기기에 확산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옵트론텍도 블루필터 소재사업으로 날개를 달았다. 블루필터는 800만화소 이상급 카메라모듈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고화소 CMOS 이미지센서는 픽셀 크기가 작고 빛 흡수량이 많아 광학적 왜곡이 발생한다. 렌즈에서 왜곡을 잡아주는 소재가 바로 블루필터다. 옵트론텍은 블루필터 판매량이 늘면서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톱10 스마트폰업체 중 7곳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어 블루필터 사업비중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원인텍은 피처폰 시절부터 스마트폰 시장까지 국내 부자재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자재는 경쟁사 수가 많지 않아 공정 경쟁력만 갖추면 적정 이익을 낼 수 있다. 서원인텍은 단순 부자재뿐만 아니라 방수 기능을 장착한 고부가 제품으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와 셋톱박스 조립 사업을 해온 우전앤한단도 신소재 기술 개발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이중 사출 기술로 스마트폰 방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다. 유리 복합섬유 생산 기술도 확보해 초경량·고강도 소재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우전앤한단은 당초 부품사업을 위해 금형·설계 기술을 확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소재 사업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모델수가 점차 늘고 있지만, 모든 제품에 소재는 똑같이 쓰인다”며 “핵심 기술을 확보해 틈새 소재 시장을 공략한다면 부품사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