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전력위기로 꼽힌 사흘이 무사히 넘어갔다. 가정·상가·기업·공공기관 등 온 국민이 합심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오후 6시를 기해 전력수급 비상 상황에 따른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중지 등의 긴급 조치를 해제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하나 된 마음으로 절전운동에 동참한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전력수급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까지는 여전히 비상이다. 원자력발전소 23기 가운데 5기가 가동을 중단하거나 계획예방정비 중인 상황이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무더위가 한 풀 꺾이는 9월 이후도 문제다. 여름철 비상상황에서 풀가동한 발전설비를 돌아가면서 정비해야 한다. 다가올 겨울철 전력수급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름·겨울철 비상수급기간이 지나면 계획예방정비를 하며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1년 9·15 순환정전 당시를 생각하면 비교적 전력소모가 적은 가을철도 안심할 수 없다. 발전설비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 절대 전력공급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우리나라 전기 생산의 중추인 석탄화력발전소가 계획예방정비를 제외하고는 쉼 없이 풀가동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 5사가 보유한 발전기 299기는 요즘 최대한계출력(MGR)으로 가동 중이다. 출력률은 표준출력을 넘어 105%에 이른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랐다. 일시적 풀가동이면 몰라도 풀가동 상태를 지속하면 설비에 무리가 가고 피로 누적으로 멈춰 선다. 악재는 한꺼번에 닥친다더니 최악의 전력위기에 들어간 지난 11일과 12일 당진화력 3호기와 서천화력이 고장으로 멈췄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고장까지 더하면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산업부 장관은 더 이상 전기문제로 국민에게 걱정과 불편을 끼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력 정책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고 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웃 일본이 그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멈추고도 어렵지 않게 무더위를 나는 비결을 연구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