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시청률 1위의 열풍을 몰고 온 `브레이킹베드(Breaking Bad)` 제목만 봐서는 도통 무슨 드라마인지 알 수 없다. 사전에는 `자신의 평소의 틀을 깨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미치게 한 번 굴어보다`는 뜻이라 한다. 미국 남부 구어에서 비롯된 말로 바른생활을 하던 사람이 관습과 규범을 깨고 법규에 반항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드라마는 평범했던 화학선생이 수업을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벨상을 탈 정도로 화학분야에서 유명했던 주인공이지만 무능력한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몸이 평소보다 좋지 않아서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고 암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내와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남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 어떤 규범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마약 딜러로 변신해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는 `비교육적인` 내용이다. 화학선생이다 보니 마약에 화학을 접목시켜 굉장히 질 높은 마약을 만들어내고 퀄리티 좋은 그 마약은 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간다.
비단 미국 드라마만의 내용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 지난해 서울 모 사립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중국인 교수가 대학 실험실에서 신종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대학 화학 실험실에서 마약원료물질인 부티로락튼(Butyrolacton) 등 마약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적당비율로 혼합해 `GHB` 완제품 320g을 제조해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GHB는 무색무취의 신종마약으로 음료수에 소량을 타 복용하면 3~4시간가량 약물효과가 지속되며, 24시간이내에 인체에서 빠져나가 사후 추적이 불가능하고 복용방법이 쉬워 성범죄용으로 악용될 수 있는 고위험 물질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화학공학을 전공한 A씨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화학 원료를 합성해 마약을 제조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만들려고 했던 마약은 총 1.7kg으로 1회 투약량이 0.03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5만700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마약 제조법을 배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마약은 △천연마약 △합성마약 △향정신성 물질 △환각흡입물질 등으로 나눠진다. 천연마약은 양귀비(앵속)과 코카나뭇잎으로 나뉜다. 양귀비(앵속)는 식물 자체가 마약으로 분류되며 양귀비의 수액을 자연상태에서 건조시켜 고무덩어리처럼 만든 것이 아편이다. 모르핀은 아편을 정제하거나 양귀비에서 직접 고농도로 추출해 제조한다.
또 모르핀보다 독성이 5∼10나 강한 헤로인도 아편으로 만들며 코데인, 데바인 등도 모두 양귀비나 아편에서 만들어지는 천연마약이다. 양귀비에서 비롯되는 마약은 주로 미얀마·태국 등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른바 황금 삼각지대에서 세계 생산량의 75%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귀비에서 나오는 모든 마약을 아편알칼로이드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진통 작용이 뛰어나 진통제·진정제 등 의약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중독되면 신체조절력이 없어지고 인체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아편알칼로이드 마약 중독자는 대개 삶의 의욕을 잃고 꿈꾸듯 누워있으면서 간염이나 파상풍 등 온갖 질병에 무방비상태가 된다. 물론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면 목숨을 잃는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자생하는 코카나뭇잎에서 추출한 코카인은 쾌락적 흥분과 강력한 환각 작용으로 구미지역 중독자들이 선호하는 천연마약이다. 콜롬비아와 볼리비아, 페루, 브라질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를 유통시키는 밀매조직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카인에 중독되면 예외 없이 편집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며 많이 복용하면 심장마비 등으로 죽게 된다.
합성 마약은 모르핀과 같은 효과를 가진 강력한 진통제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화학적으로 만들어졌으나 본래 용도보다는 아편알칼로이드 마약중독자들의 대용품 역할을 하고 있다. 73종류 가량 만들어졌으나 페치딘계와 메사돈계가 주로 마약으로 쓰인다. 천연마약보다 의존성에서는 떨어지나 금단현상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은 마찬가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