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용 비행로봇 `스마트론(스마트 드론)`을 개발한 바이로봇은 지난 5월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 인큐베이터 플러그앤플레이(PNP)로부터 입주 제안을 받았다. 몇백 개가 넘는 기업이 PNP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바이로봇은 오히려 2만5000달러 자금까지 지원할 테니 입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지상기 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고사했다. 그는 “당장 7월에 와달라고 했지만 스마트론이 한국에서 양산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바이로봇이 화제다. `세상에 없는` 기술력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완구용 비행로봇은 수도 없이 많지만 조종법도 어렵거니와 구매 비용도 비싸 `오타쿠(마니아)`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스마트론은 날리는 데만 3개월간 익혀야 했던 조종법을 웹에서 다운로드 받아 PC에서 연습할 수 있다. 어려운 조종법이지만 게임 시뮬레이션보다 더 재미있다. 게다가 래디오컨트롤(RC) 비행으로 적외선(IR) 미사일이 나와 상대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대결` 방식 제품은 스마트론이 유일하다. 토플립 기능(플립 비행)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자주 떨어뜨려도 잔고장이 없도록 부품 내구성을 높였다. 와이어 방식이었던 부품을 모두 커넥터 방식으로 바꾼 것도 스마트론이 처음이다.
지 대표는 지난 2011년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소해 그해 8월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사관학교에서 첫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CEO에게 개발자 마인드를 버리지 않을 거면 당장 나가라”고 했다고 기억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도 당시에 배웠던 다양한 경영 마인드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부출연연구소 내 비행로봇연구소에서 6년간 산불 감시 등을 하는 원격 산업용 비행기를 개발한 경험을 살려 완구용 비행로봇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사관학교에 입소하면서 실행이 빨라졌다. 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소개로 인도네시아 국적 개발자 2명과 함께 시작했다. 개발자도 인도네이사 유수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석사를 진행 중이던 인재들이다.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여가 걸렸다. 제품을 들고 중진공에서 주최하는 해외연수단에 참가해 매크로비아 디스트리뷰터인 미국 바이어를 만났다. 제품 기술력과 질은 상당히 만족했지만 가격에 대한 날카로운 조언이 이어졌다. 100달러 아래로 무조건 맞추라는 조언을 듣고 다시 개발에 착수했다.
재설계를 거쳐 부품 단가를 낮춘 뒤 다시 찾아간 바이어는 스마트론 품질에 매우 만족하며 10억원가량의 `대박` 수출 계약을 맺었다. 바이로봇은 한국 유통업체와 계약을 진행 중이며 일본에서도 러브콜이 온 상태다. 무선통신에 관한 인증이 필요해 유럽, 미국, 한국 등지에서 인증을 추진 중이다. 지 대표는 “올해 10월부터 대량 양산을 시작한다”며 “카메라를 장착한 차세대 버전 개발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지상기 바이로봇 인터뷰
“해외에서 1만대 선주문을 받았습니다. 한화로 약 10억원가량의 수출 계약인데, 아직 완제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결과라 더 뜻깊습니다.”
완구용 비행로봇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지 대표는 “산업용 비행로봇을 개발하고 운용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완구에 적용하고 싶었다”며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가 뜬구름 잡는 일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기쁨을 주는 일이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스마트론의 핵심인 적외선(IR)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위치기반서비스도 제공하려는 것. 그는 “노약자나 어린이들에게 핵심 칩을 붙여 경로를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서비스도 상용화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