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罷業)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 회사 노조는 이미 압도적인 지지율로 파업을 결의했다. 19일까지 조정기간 동안 막판 교섭 및 타결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을 놓고 볼 때 단박에 해결될 여지는 희박해 보인다.
우선 노조의 주장이 국내 노동 환경과 자동차 산업이 처한 현실과 한참 괴리돼 있다. 연봉 9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가 막무가내식으로 파업이라는 카드를 또 다시 빼들었다는 여론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은 물론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또 해외 공장 신설시 노조와 협의하라는 내용 등을 포함해 75개 요구안과 세부항목까지 총 180건에 달하는 방대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협상의 무대에 던져진 실타래가 이미 꼬일 때로 꼬여 있는 셈이다.
사측도 이번에는 쉬이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통신문에서 “파업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는 것은 구태의연한 교섭관행”이라며 “(임단협에서) 과도한 결과를 도출했을 때 현대차를 향한 사회적인 비난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측은 파업시 발생할 국내 생산 차질을 해외 공장 생산 확대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성은 해외 공장에 비해 갈수록 뒤쳐지고 있다. 미국 공장에서 14시간 걸리는 자동차 한대 생산 시간이 국내에서는 30시간을 넘는다. 단순하게 놓고 보더라도 미국에서 두 대를 생산할 때, 국내서는 한대도 생산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파업은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고 삶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노동자들의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그들만의 잔치`를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한때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름잡던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이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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