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올해 추석에도 저가형 선물이 주류인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에는 수천만 원대 초고가 선물세트가 즐비하다.
극심해진 경기 양극화가 추석 선물세트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4개 백화점의 올 추석 선물세트 가운데 수천만 원대 희귀 와인이나 양주 세트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 최고가 제품은 롯데백화점이 1병만 내놓은 최고급 빈티지 와인 `무통로칠드 1945`로 판매가격이 무려 6천200만 원이다.
프랑스가 독일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1945년산으로 역사적인 가치가 높고, 생산된 지 60여년이 흘러 재고가 흔치 않은 희귀 제품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이 추석 선물로 준비한 최고급 빈티지 와인 `무통로칠드 1945`>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인 2009년산 그랑크뤼 1등급 와인인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피드 로칠드, 샤토 무통, 샤토 라뚜르 등 5병을 모은 세트 상품을 1천300만 원에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은 `007 제임스 본드의 술`로 알려진 맥캘란 위스키 `파인 앤 레어 1962`를 내놓는다. 아직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1천200만 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의 맥캘란 `파인 앤 레어 1962`>
호텔에서도 고급 와인 선물 세트를 내놓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와인 전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100점을 받은 샤토 페트루스의 최고 빈티지 2005년산 2병을 1천500만 원에 판매한다.
이런 초고가 주류 선물은 `가격대별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 준비한 것이라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세계가 지난 설에 내놓은 1천900만 원짜리 `글렌피딕 1961`, 1천200만 원짜리 ``글렌피딕 40년산` 등은 실제로 팔린 적이 있다.
주류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고가 추석선물세트로는 굴비와 홍삼 등이 있다.
35㎝ 이상 크기의 굴비 10마리로 구성된 롯데의 `영광법성포 수라굴비세트`와 현대의 `현대명품 참굴비 秀`는 각각 300만 원이다.
33㎝ 이상 10마리로 구성된 신세계의 `구가네 프리미엄 참굴비`, `수협중앙회 프리미엄 참굴비`는 200만 원에 판매된다.
<`정관장 天-하나의 하늘을 품다(200g 2병)>
최고등급 천삼을 농축해 무형문화재 김환경 선생의 자개 작품에 담은 롯데의 `정관장 天-하나의 하늘을 품다(200g 2병)`의 가격은 430만 원.
궁중음식연구가 최승애의 약포와 전복쌈 세트를 이경동 장인의 놋그릇과 박용준 디자이너의 목함에 담은 롯데의 협업 세트 제품은 250만 원이다.
자연산 전복세트와 한우세트는 100만 원 안팎의 가격에 최고가 제품이 나온다.
이런 주류 이외의 프리미엄 제품들도 그동안 잘 팔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설에 430만 원짜리 `홍삼정 天` 세트는 9세트가 팔렸고, 300만 원짜리 수라 굴비세트도 준비했던 물량 5세트가 완판됐다.
장기불황 속에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 등에서 커피나 식용유, 참치캔, 통조림 등 1만∼2만 원대 저가형 선물세트가 주로 팔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대형마트에서는 저가 상품이 잘 팔리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 수요도 여전하다"며 "전체적으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프리미엄 선물 준비 물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