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스튜디오 성공 스토리…앵그리버드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 진출

퍼블스튜디오는 지난해 8월 중국 북경 국제 도서전에 참가했다. 외연적으로 다른 부스에 비해 크게 다를 게 없었던 퍼블스튜디오 전시장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당시 내놓은 G러닝(게임기반학습) 앱북 플랫폼 몇 종을 보더니 불쑥 명함을 내밀었다. 바로 앵그리버드 제작사 로비오의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는 “꼭 연락을 달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퍼블스튜디오 성공 스토리…앵그리버드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 진출

몇 달이 흐르고 먼저 연락을 취해 온 것은 로비오 측이었다. 당시 수석부회장이 극비 내한할 예정이라며 직접 회사를 방문해 이해원 대표를 대면하고 싶다고 요청한 것. 마침내 지난 5월, 출범한 지 갓 2년을 넘긴 스타트업이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하반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콘텐츠 경쟁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 CJ창업투자와 마젤란기술투자로부터 10억원 가량 투자를 받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들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 그것도 스마트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에 투자를 한 것은 퍼블이 처음이다. 퍼블스튜디오가 만드는 G러닝 콘텐츠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내놓은 `탐정K`의 경우 재미있는 스토리에 게임과 추리를 접목한 `새로운` 스타일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정이 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돼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틀에 박힌 G러닝 콘텐츠는 의미가 없다”며 “하반기에는 애니메이션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돌아와 독립 영화를 연출하고 배급쪽 일을 할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살았다. 결혼을 하면서 더 이상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초반 자금이 많이 필요한 영화에 비해 아이디어만 있다면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렸다. 이왕 시작하는 일이라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는 퍼블스튜디오 처녀작인 `옆집 아이` 시나리오를 썼다.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사관학교 1기에 선정돼 1억원까지 지원받았다. 사관학교에서 컨설팅을 받고 사업 모델을 계속 갈고 닦아 오늘날 퍼블스튜디오가 탄생하게 됐다.

옆집 아이는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교육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인지도도 없고, 홍보도 제대로 못했지만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전자출판협회가 주관하는 디지털네트워크 대회에서 혁신상도 수상했다. 당시 여러 대기업에서 인수합병(M&A) 제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기 손으로 일군 업체를 더 키워보겠다고 생각했다. 창업 초기에서 성장 단계까지 이르기까지 겪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어보고 싶었기 때문. 이 대표는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벨트를 졸라맸다”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센터에 입주해 무료로 공간을 얻고 지나치게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또 다른 성공 비결을 꼽았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인터뷰 - 이해원 대표

“퍼블스튜디오는 글로벌(global), 라이트(light), 트랜디(trendy) 이 3가지를 중점으로 프로젝트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언어만 변환하면 세계인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앱북을 빨리, 그리고 트렌드에 맞춰 출시하겠습니다.” 퍼블스튜디오는 올해 2분기 기준 300종이 넘는 앱북을 내놨다. 2011년 옆집 아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50여종 남짓 출시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감이다. 다른 업체에 비해서도 출시 속도가 빠르다. 기획력·디자인·스토리 3박자를 갖춘 앱북을 이렇게 다량으로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블스튜디오는 철저한 프로젝트 책임제입니다. 앱북 한 프로젝트에 2~3명이 투입되고 개발이 끝나면 팀은 해체됩니다. 직원 모두가 교육 콘텐츠 개발자라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양과 질 모두를 만족하는 콘텐츠를 내놓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