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로봇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창조경제 핵심산업으로 떠올랐다. 신규 비즈니스 창출, 양질의 일자리 등 생산유발효과가 어느 산업군보다 크기 때문이다.
![박종오 전남대로봇연구소장(왼쪽)과 연구진들이 뇌혈관 의료로봇을 시범테스트하고 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8/19/465242_20130819174832_596_0001.jpg)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0년까지 로봇산업 육성에 3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로봇산업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서비스 산업으로 연결해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대학이나 지자체, 업계 등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의료로봇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코앞에 다가선 분위기다. 이들의 연구현장을 들여다봤다.
지난 2010년 전남대학교 로봇연구소(소장 박종오)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이 살아 있는 동물 혈관 내에서 막힌 혈관을 뚫는 실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로봇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소형이지만 혈관질환 진단 및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탑재했다.
박종오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마이크로로봇 분야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마이크로 의료기기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며 “차세대 의료기술 실용화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권동수 KAIST 메디컬로봇팀이 로봇을 이용해 사냥개 비글의 췌장을 떼어내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입이나 항문 등에 로봇을 투입해 흉터 없이 수술한 것이 특징이다.
광주시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의료로봇산업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6월 `광주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산학연 간담회`를 갖고 의료중심의 로봇산업 육성을 선언했다. 오는 2015년까지 총 135억원을 투입하는 스마트가전 지원사업에 로봇 핵심기술 개발과 마케팅 지원을 포함시켰다.
대기업이나 중소업체의 의료로봇 시장 진출은 이미 드라이브가 걸린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제조용 로봇시장에 이어 의료 로봇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중재시술로봇, 관절부위 인대재건 수술로봇 등 두 종류의 의료용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재시술로봇은 바늘삽입형으로 현재 개발에 착수해 시술절차 구상 및 사양설계를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관절부위 인대재건 수술로봇은 기본 설계를 마친 상태다. 지난 3월 경북대 융합의료기기 로봇연구소와는 팔이나 다리 등 부러진 뼈를 맞추는 골절수술용 로봇을 공동 개발,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소업체인 큐렉소는 정형외과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어 놨다. 이들은 최근 무릎과 엉덩이 뼈 인공관절을 수술할 수 있는 `로보닥`을 버전 2.0까지 개발했다. 이 로보닥은 현재 큐렉소 미국법인에서 차기 버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큐렉소는 로보닥과 임플란트 등의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2011년 야쿠르트에 인수됐다.
3차원 검사장비 기업 고영테크놀로지는 최근 뇌·척수 등에 특화된 수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기존 의료 로봇은 동작에 기술 초점이 맞춰졌지만, 고영테크놀로지가 개발하는 제품은 검사 기능에 특화돼 있다. 3D 검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의료 로봇에 접목해 종양 및 환부의 체적을 정확히 찾아 도려낼 수 있다.
국내 대형병원도 의료로봇 R&D를 챙기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아산병원이 첨단 의료로봇 개발에 뛰어든 대표적인 케이스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6월 산업융합원천 기술개발 사업 주관병원으로 선정돼 `영상유도 중재로봇사업단`을 개소하고 국내 산학연 공동으로 중재시술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이 중재시술로봇은 복부 및 흉부의 1㎝급의 작은 병소를 검사·치료하는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시술 로봇이다.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최신 장비인 다빈치SI 및 트레이닝센터용 한 대를 포함해 총 5대의 수술용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40여명의 의사들이 로봇수술을 시행한다. 지난 4월 로봇 다빈치 독점사인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로봇수술센터는 위암, 전립선암, 갑상샘암, 대장암, 부인암 등 지난해 1800여건을 비롯해 지난 6월 말까지 9000여건의 시술을 달성했다.
박종오 소장은 “우리나라는 IT·의료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의료 로봇 개발은 그동안 소홀했다”며 “기업과 의료계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