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필요한 핵심 특허를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통해 구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특허를 인수하고 매입한 특허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3자 양수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허 분쟁 발생 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광개토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글로벌 IT기업이 NPE에게 특허를 매입한 건수는 애플이 8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143건), HTC(87건), LG전자(21건), 마이크론(9건), 파나소닉(5건)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자회사인 록스타비드코로부터 인수한 특허가 97.4%(837건)다. 업계에서는 록스타비드코 보유 특허가 애플 소유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NPE 특허 매입 1위 기업은 삼성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이 특허를 양수받은 주요 NPE는 RPX(67건), 테크놀로지프로퍼티스(39건), CSR(21건) 등이다. RPX는 특허소송 등 공격형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특허 풀(Pool)을 구성해 참여한 회원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방어형 비즈니스모델로 유명한 NPE다. 삼성이 RPX로 구매한 특허는 전화통신, 다중통신, 음성기술 등과 관련된 특허가 다수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NPE에게서 주요 특허를 매입하는 전략이 가격과 보안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이 RPX로부터 구입한 특허는 AMD가 출원하고 색슨이라는 NPE를 거쳐 RPX가 보유하게 된 특허다. RPX가 보유한 기간은 채 1주일이 안됐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RPX는 삼성이 구입하고자한 특허를 사다주는 유통(브로커) 역할을 한 셈”이라며 “NPE를 거쳐 특허를 매입하면 삼성이 특허를 원한다는 것이 들어나지 않아 매입 특허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특허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매매 사실을 최소한 감추면서 특허를 확보한 것이다. 강 대표변리사는 “수십 건씩 특허가 매매되면 특허별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어 특허 분쟁이 발생했을 때 상대를 공격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IT 기업과 거래하는 NPE는 거래처의 경쟁업체와는 특허 매매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삼성과 거래하는 NPE인 RPX, 테크놀로지프로퍼티스, CSR 등은 애플이나 LG전자와 특허 매매를 하지 않는다. 반대로 애플이 특허를 매입한 다른 NPE인 워커디지털, 인텔렉추얼벤처스(IV) 등은 삼성을 비롯한 경쟁사에게 특허를 팔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변리사는 “IT기업을 중심으로 NPE가 합종연횡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