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정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기준 중 하나는 누가 투자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KPCB)나 액셀 파트너즈 같은 특급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라면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누가 투자했는가는 훌륭한 인력 확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KPCB가 투자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은 회사라는 상징이다. 아마존, 구글,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EA, AOL 등 IT 역사에서 이름이 남은 회사들 대부분이 그들의 투자에 의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액셀파트너즈 역시 페이스북, 드랍박스, 스포티파이 등의 투자로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캐피탈임을 알린 투자자이다. (2008년에 액셀 파트너즈의 파트너와 저녁을 하면서 페이스북이 대박이 될 것이라고 서로 의견 일치를 본 적 있다. 부러운 일이었다)
지난 8월 11일 하나의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두 투자 회사가 다이어트와 운동 전문 앱인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 줄여서 MFP로 부른다)에 1,800만불을 투자했다는 소식이었다. 2005년에 설립되어서 아직까지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던 회사에 처음으로 외부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또한,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와 액셀 파트너스의 앤드류 브라치아가 이사회 멤버로 조인하였다.
MFP는 이미 세계에서 4000만 사용자를 갖고 있는 디지털 헬스 전문 서비스이다. 하루에 150만 명의 새로운 사용자가 등록한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하루 칼로리 소비량과 운동 내용을 관리하도록 하는 이런 종류의 앱은 수천개가 존재하지만, 이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앱의 위치를 차지했다. 2012년 10월에 3천만 사용자 확보를 선언했던 것을 보면 MFP의 성장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는 지 알 수 있다. MFP와 경쟁하는 다른 앱으로는 루즈잇(Lose It!)과 리브스트롱닷컴(Livestrong.com)이 있다.
이번 투자로 인력을 충원해서 (현재 약 40 명) 제품 개발력을 높이고, 다양한 나라로 진출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마이피트니스팔은 영어권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버전을 출시해 놓고 있다.
디지털 헬스 기술은 가장 핫한 영역 중 하나이며 2012년에서 2017년까지 모바일 앱 다운로드가 63% 증가할 것이라고 IHS 일렉트로닉스 앤 미디어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예측했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최근에 등장한 나이키의 퓨얼밴드(Fuelband)나 조본 업(Jawbone Up), 핏빗(Fitbit) 같은 다양한 활동 측정 기기들과 연동하여 우리의 일상을 항상 관리하고 정량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68%는 과체중이고 비만과 관련된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가 1,480억불에 달한다. 2005년에 창업자 마이크 리가 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내와 바닷가에서 결혼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트레이너가 준 칼로리 관련된 책을 보다 불편을 느낀 마이크는 개발자 출신답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 해에 2천 명의 열정적 사용자를 확보한 이후 흔히 말하는 인위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아닌 만족한 사용자들의 추천과 증언에 의해 사용자 확장이 이뤄졌다.
사용자들이 일단 자신이 취하는 칼로리 양이나 운동량을 측정하기 시작하면, 정량화된 자신의 모습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이에 따라 앱 사용을 중단하다가도 다시 계산된 숫자에 대한 니즈가 필요해서 돌아오게 된다. 한번 경험한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많은 앱이 사용해 보다가 지겨워지면 떠나게 되는데, MFP는 사용자가 다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서비스인 것이다.
MFP는 사용자들이 먹는 음식과 운동량을 기반으로 칼로리 흡수와 소비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과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연결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나의 뉴스피드에는 친구들이 하고 있는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활동이 보여지기 때문에 경쟁과 격려를 서로 할 수 있으며, 상호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사용자들이 뺀 살의 총량이 1억 파운드(약 4,536만킬로그램)에 달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특히 MFP의 강점은 330만 개의 음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이다. 여기에는 레스토랑의 메뉴, 식품점에서 사는 음식 재료, 사용자들이 올린 데이터들이 모두 등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닭 가슴살 스트립 요리에 대한 영양소 정보를 사용자가 다음과 같이 올릴 수 있다.
사람들은 비슷한 음식을 즐기기도 하면서 자신이 먹는 음식을 알리기도 한다. 많은 사용자는 MFP에 이런 음식이 올라와 있을까 하다가 검색을 통해 발견하고 놀라와 하면서 매우 만족해 한다. 사용자들이 만들어 가는 데이터, 그리고 그 것이 매우 믿을 수 있는 데이터라는 것은 서비스를 만족시키고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서로 다이어트 방식을 의논하고 격려하는 커뮤니티가 잘 발달 됐다. 형제 창업자인 마이크 리(Mike Lee)와 앨버트 리 (Albert Lee)에 따르면 친구들과 칼로리 소모나 체중 감량 얘기를 나누는 경우는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50% 더 감량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칼로리 소모와 운동 일기를 남들과 비교해 가면서, 94%의 사람들은 음식을 더 적게 먹게 되었고, 89%의 사람은 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이러한 행동 변화는 단지 나 혼자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 설정 비교, 친구의 격려, 지원, 정량적 판단이 모두 필요하며, 이 것이 이 영역에서 소셜화가 필수적인 요인이 되는 이유이다.
집에 사놓은 헬스 기구는 방치되지만,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코치의 도움을 받거나 친구와 같이 하는 운동은 매우 효과적으로 정기적 활동이 되는 것은 이미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누구나 다 생각하는 면이지만, MFP는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내 주위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지지와 도움을 주는 실제 친구가 없지만, 세계 어딘가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소셜 공간에서 이를 찾아내고 같이 노력하는 방식은 현실 세계의 친구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MFP는 메시지 보드 형식의 포럼과 그룹을 구성하도록 해서, 같은 노력이 필요하거나 목표를 갖는 사람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 얘기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는 API를 통한 타 기기나 서비스와 연동을 활성화 한 것이다. 활동을 추적하는 많은 스마트폰 앱이나 기기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다시 MFP에 등록하고 자신의 칼로리 소비나 운동량 계산에 활용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등산이나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 사용하는 엔도몬도(Endomondo), 런타스틱(Runtastic)을 통해 얻어지는 운동량 정보와 칼로리 소비가 친구의 뉴스피드에 알려지고, 내 개인 다이어리에 첨부된다. 핏빗이나 조본 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만들어 진 연동은 이미 많이 알려진 활동 추적 기기나 서비스들과 연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MFP에는 사용자가 어떤 기기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데이터는 자신에게 쌓일 수 있도록 모아주고 있다. 이는 향후 디지털 헬스나 웰니스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MFP는 현재 웹 사이트와 안드로이드 버전에서 광고를 통한 매출을 올린다. 앞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만들어서 새로운 수입원을 만드는 것 보다는 이번 투자를 통해서 기반을 넓히는 일과 소셜 기능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전략 방향으로 보인다.
각 나라별로 다른 음식과 칼로리 정보가 필요하며,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소통 방식에 맞는 기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기기를 통한 내 활동 추적 방식이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모으고, 내가 취하는 칼로리와 소비하는 칼로리 내역을 정량화해 관리할 것인가는 누가 막강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가에 달렸고, 여기에 MFP의 뛰어난 전략적 위치 선점이 눈에 띄는 것이다.
한상기 객원기자(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공학박사) stevehan@techfrontier.kr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