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체내 생체분자 분석용으로 근적외선을 사용하는 라만산란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암 세포 추적과 항체신약 후보물질 선별 등 의료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이윤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라만산란 나노입자(나노프로브)를 개발해 근적외선으로 체내에 있는 여러 생체 분자를 동시에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라만산란은 분자에 의한 빛이 산란되는 것을 말한다. 분자 간섭에 빛의 파장이 변화하며 분자마다 고유한 신호를 나타낸다. 라만산란을 이용한 분광법은 분석 물질에 손상을 주지 않고 여러 라만신호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암이나 여타 질병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프로브는 실리카 나노입자 표면에 수 십개의 속이 빈 금·은 합금 나노입자를 도입해 근적외선 빛으로 라만산란 신호를 수 십만 배 증폭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 결과 수 백가지 이상의 다양한 라만신호를 낼 수 있다. 연구팀은 나노프로브를 살아있는 실험쥐에 주입해 실험쥐 체내의 각 기관에 존재하는 나노프로브 신호를 측정했다. 세 종류의 서로 다른 나노프로브를 체내에 동시에 주입하고 각각 특정 신호를 확인해 여러 대상 물질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윤식 교수는 “라만산란 나노프로브로 체내 다수의 단백질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게 됐다”며 “항체 신약을 비롯한 바이오 신약의 개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대홍 서울대 교수, 김종호 한양대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는 세계 수준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 12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