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다. 떨림도 적었다. 묵직했다. 새로 나온 아반떼 디젤을 타본 소감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특유의 밸브 소리와 진동이 매력(?)인 디젤엔진을 얹었지만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현대자동차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부분이라, 더욱 관심을 갖고 살폈음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정숙성은 의외였다.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소리가 잘 억제됐다. 엔진 실린더 블록에 커버를 적용하고, 엔진 커버도 소음을 차단하는 걸 적용하는 등 소음 및 진동의 근원을 집중 공략했다. 또한 카페트도 흡음 코팅을 하는 건 물론이고 여기저기 흡·차음재를 많이 넣어서 더 조용하게 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D레인지에서의 주행은 가솔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 디젤 특유의 힘과 함께 가솔린보다 굵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급히 가속할 땐 느낌이 꽤 좋다. 몸으로 전해지는 힘과 귀로 전해지는 사운드가 나쁘지 않다. 거친 소리가 많이 줄어든 탓인 듯싶다. 1.6리터 VGT 디젤엔진의 최고출력은 128마력이다. 물론 디젤의 큰 매력은 토크다. 28.5㎏·m나 된다. 최대토크가 25.5㎏·m인 2.4리터 가솔린 그랜저보다 힘이 더 좋다.
핸들링은 부드럽다. 앞부분은 가벼웠던 가솔린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가솔린 모델의 몸무게는 1245㎏이지만, 디젤은 1335㎏이다. 딱 90㎏더 무겁다.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나 급한 코너에선 무게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오히려 묵직한 느낌이 좋았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차 앞부분이 무거워진 탓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스펜션 세팅을 새로 했고, 특히 차 뒷부분의 움직임에 신경 썼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휠은 구형보다 강성이 좋아졌다. 이 경우 노면에서의 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아반떼 디젤엔 최대 16인치 휠이 적용됐다. 가솔린은 최대 17인치까지인데, 디젤도 고급형이 추가되면서 17인치까지 고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순정 휠 기준이다.
연료효율도 체험해봤다. 인증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ℓ당 16.2㎞였다. 그렇지만 실제 주행 시엔 이보다 훨씬 좋았다. 미세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는 40㎞ 구간 동안 시속 100㎞로 달렸을 때 ℓ당 18~19㎞였으며, 시속 80㎞로 달렸을 땐 24㎞쯤이었다. 에어컨을 켜고도 충분했다. 소형 디젤엔진의 효율은 확실히 뛰어나다. 높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달려도 ℓ당 9~10㎞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주행에선 인증연비 수준인 15㎞쯤이었다.
새 아반떼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그동안 평행주차만 보조해주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엔 일반적인 주차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만한 직각주차가 추가됐다. 물론 지금은 가솔린 최고급형에만 적용됐지만, 디젤에도 최고급 트림이 추가되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체험해봤다. 차와 차 사이, 빈 주차공간을 앞두고 자동주차 버튼을 누르고 앞으로 살살 전진했다. 빈 공간을 지나치자 후진기어를 넣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지시에 따랐다. 운전대가 휙휙 돌아가고 기어 변속을 두어 번 더 한 뒤에 자동 주차가 완료됐다. 중요한 건 실제 주차를 하는 것과 똑같이 생각하고 이 기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밟아야 한다.
`새로운 도전`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디젤을 두고 이렇게 평할 수 있겠다. 그동안 디젤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대표 차종 중 하나에 조심스레 디젤을 얹었다. 신경을 많이 쓴 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입 디젤차와 견줘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왜 이제 탑재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다만, 영업소에서 느낀 점이라면 단지 아반떼를 원한 사람은 조금(?) 비싼 가격에 괴리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준중형 차를 무슨 2000만원이나 주고 사야해?”라는 말이 수긍이 됐다. 그렇지만 운전을 좋아하고 수입 소형 디젤차를 고려한 사람이라면 큰 고민 없이 차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성능과 가격을 낮추고 연료효율을 높여 경제성을 강조한 에코 버전과, 퍼포먼스를 강조한 고성능 버전의 출시도 기대된다.
양평(경기)=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