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전에서 핵심 무기로 쓴 디자인 특허가 힘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특허청(USPTO)이 `직사각형의 둥근 모서리`로 알려진 애플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전면 재심사한다.
지난해 8월 미 북부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다수가 침해했다고 평결난 핵심 특허다. 이 특허가 무효화되면 향후 삼성전자 애플 간 소송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2일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는 미 특허청이 애플의 직사각형의 둥근 모서리 관련 디자인 특허(677, 678특허)를 재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이 디자인을 베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에서 일부 인정받았다. 미 특허청이 재심사를 결정한 것은 애플 디자인보다 앞서 등록된 일본 디자인 3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초 익명의 제보자는 일본 특허를 제시하며 애플 특허 재심사를 요구했다.
애플 디자인 특허는 영국, 러시아 등 유럽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폭넓게 인정받았는데 최근 기류가 변했다. 이달 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 4건 중 2건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678특허는 비침해 판정을 내렸다. 677특허는 초기 아이폰과 아이폰3G에 적용됐으며 678특허는 아이폰4, 아이폰5에 쓰였다.
지난해 미 특허청은 애플 특허를 잇달아 무효화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핀치투줌`이 최종 무효판정 받았으며 터치스크린 인식률을 높이는 기술인 `휴리스틱스`와 중첩된 반투명 이미지 특허는 무효 예비판정을 받았다.
미 특허청이 디자인 특허까지 무효 판정하면 애플은 2차 소송에서 삼성전자 특허 침해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효력이 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 특허청이 디자인 특허 무효 판정을 내리면 애플은 특허심판원에 항소할 수 있다. 여기서도 무효가 결정되면 연방항소법원에 또다시 항소할 수 있다.
프로리언 뮬러 포스페이턴츠 운영자는 “재심사로 디자인 특허가 효력을 잃으면 애플의 주요 공격 무기가 사라지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도 잃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미 특허청은 디자인 특허 외에도 부재중 전화관련 기능 특허도 재심사한다. 이 특허는 애플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를 소송에 포함하면서 침해했다고 주장한 사용자환경(UI) 중 하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