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절단·도감청 무방비"…공동주택 정보통신기술자 의무배치 시급

아파트, 빌라 등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 인력 배치를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IPTV 등 필수 설치되는 통신·방송 인프라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를 종합 관리하지 못해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 정보통신시설 관리 미비로 각종 사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8월 들어 서울 압구정동 일부 아파트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장마와 낙뢰가 원인이었지만 통신사 서비스팀이 폭주하는 민원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복구에 일주일가량 소요되며 많은 주민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2011년 경기 북부에서는 주상복합 건물 관리사무소 집중구내 통신실(MDF실)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5분 만에 진압됐지만 MDF실 내 통신단자함과 통신선이 소실되면서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혔다. 원인을 파악해보니 상가동 전화단자함 통신케이블에서 누전이 발생, 통신선에 허용전압 이상 전기가 전달되면서 이와 연결된 MDF실 통신케이블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0년에는 대구에서 한 통신사업자가 아파트 통신장비실에서 무단으로 경쟁사 고객 전화번호를 수집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현행법은 공동주택의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 인력 배치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전기용량에 따라 최대 3명의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정보통신설비 관리 규정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병성 정보통신공사협회 기술국장은 “건물 신축 시 MDF 등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통신실을 습기와 먼지 발생이 많은 창고로 쓰거나 비전문가가 설비를 관장하는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낭비·설비 독점 등 비효율 문제도 심각하다. 설비 노후 등으로 사업자가 새로운 통신·방송선로를 설치할 경우 기존 선로를 철거하지 않아 미관훼손 등으로 입주자 불만을 야기하고 케이블(CA)TV 등 일부 사업자가 지상파방송 진입을 제한하고 입주자 설비를 독점·훼손하는 문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에 회선을 설치하는 다수의 통신·방송 관련 사업자가 자사 설비만 관리해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문·전담 인력이 관리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높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올 하반기 일정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정보통신설비 관리 인력 배치 의무화를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주택법 시행령에 정보통신 전문 인력 배치 의무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