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돌아왔다. 29일 한국 개봉을 앞둔 전기영화 `잡스(Jobs)` 얘기다. `섬리` 같은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기업 투자에 비상한 재능을 보인 배우 애쉬튼 커쳐가 주연을 맡았다. 외모로 보나 여러모로 싱크로율 100%다.
영화는 잡스가 16세였던 1971년부터 아이팟을 개발한 2001년까지 모습을 담고 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이자 절친인 워즈니악과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던 청년 잡스는 풋풋하다. 선불교에 심취한 잡스의 모습이나 달달한 연애사는 덤이다. 아이폰 마니아들만 영화를 봐도 흥행엔 문제없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개봉 시기도 절묘하다. 애플은 9월 10일 행사를 열고 `아이폰5S`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영화 제작에 직·간접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말하지만 나쁠 것 없다는 눈치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유통가는 잡스의 유작으로 불티나게 팔린 `아이폰4S` 처럼 붐이 일길 기대한다.
하지만 일주일 앞서 개봉한 미국의 첫 주 실적은 예상 밖이다. 67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고작 박스오피스 7위에 그쳤다. 평론가들은 시나리오가 허술하고 연출은 엉성하다고 혹평한다. 무엇보다 아이폰을 개발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빠졌다. 워즈니악은 “부정확하게 미화하고 오류가 많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영화 `잡스`에 쓴소리를 쏟아 낼만큼 `잡스`에 대한 미국인의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왜 그럴까.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의 말처럼 잡스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게 혁신성과 창조성을 잃어가는 애플을 보며 잡스에 대한 그리움은 커지고 있다. 제레미 D 홀든은 `팬덤의 경제학`에서 잡스에 대해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단지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니라 대중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최고감정책임자(Chief Emotion Officer)였노라고.
과연 한국관객은 어떤 선택을 할까.
김인기 편집1부장 ik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