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변검(變瞼)과 같은 중국 과학기술

[ET단상]변검(變瞼)과 같은 중국 과학기술

경극·곤극과 함께 중국의 3대 전통연회 중 하나로 `변검`이라는 것이 있다. 극 중 배우가 가면을 바꿔가며 연기하는 표현 예술인데, 워낙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져 관객이 가면이 바뀌는 과정을 거의 눈치 채지 못한다.

최근 중국 과학기술이 `변검`과 같이 초스피드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국 우주정거장(천궁 1호)과 유인 우주선(선저우 10호)을 사람 손으로 직접 도킹하는데 성공했다. 또 심해잠수정(자오룽호)도 해저 7000미터를 처음으로 내려가는 등 과학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텐허 2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등극했다.

그 동안 소위 `짝퉁 기술`로 치부돼오던 중국 과학기술 경쟁력이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곳곳에서 들린다.

2010년 중국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1403억달러로 우리나라(379억달러)보다 2.7배나 많았다. 해외 특허출원 건 수는 39만건으로 우리(17만건)의 2.3배, 국제학술논문(SCI)급 논문은 13만5000편으로 우리(3만9000편)의 3.4배에 이른다. 상근 연구개발 인력은 255만명으로 우리(33만명)보다 7.6배나 많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국가전략기술 수준평가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전자정보 통신, 의료, 바이오 등 10대 분야 120개 국가전략 기술의 한국과 중국 간 전체적인 기술격차는 1.9년으로 좁혀졌고, 그 중 13개 기술은 이미 중국이 우리나라 기술 수준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의 과학기술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근접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과교흥국(科敎興國:과학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전략)`을 꾸준히 밀고 온 결과다.

과학자 우대 정책도 남다르다. 2009년 98세의 나이로 타계한 중국 우주개발 분야의 대부 췐쉐썬은 장쩌민 전 주석(3번)과 후진타오 전 주석(2번)의 병문안을 받을 정도로 높은 인정을 받았다. 현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원자바오 전 총리, 후진타오 전 주석 등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이공계 출신이며, 중국 내각의 40% 이상, 관료의 70%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공정사 치국(工程士 治國:이공계 출신이 나라를 다스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과학기술인 존중 풍토와 인해전술과 같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로 한중 간 기술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고, 산업구조도 유사해지면서 사활을 건 생존경쟁이 더욱 가속화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최근 수립한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IT융합 △건강장수 △안전 등 정부가 역점을 두고 개발할 120개 전략기술과 30개 중점기술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총 92조4000억원을 투자해 현재 9위인 우리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을 세계 7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기본계획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신산업화와 일자리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활성화해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이라는 국정기조를 적극 뒷받침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만으로 기본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도체 신화와 세계 최고의 조선 및 자동차 강국을 일궈낸 것은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과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미래 국가경쟁력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신뢰와 격려가 필요하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조정관 parkhs@msi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