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중화권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미디어텍·스프레드트럼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자회사들이 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AP 시장이 퀄컴·삼성전자 양강 구도로 재편된 뒤 1년도 채 안돼 다시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가 각각 30%·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6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AP 점유율은 미디어텍 52%, 퀄컴 33%, 스프레드트럼 11%, 기타 4%다. 삼성전자는 AP를 레노버에 일부 공급하는데 그쳤다.
반면 미디어텍은 7월 매출액이 지난 6월보다 35% 성장했고, 지난해에 비해 43% 신장했다. 스프레드트럼 역시 AP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끌어 올리며 고성장하고 있다.
최근 추세는 과거 피처폰 시장에서 미디어텍이 휴대폰 부품을 턴키 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중국 샨자이 시장을 장악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중국 저가 휴대폰 시장을 빼앗긴 AP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빠르게 옮겨 가면서 오히려 매출액과 수익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 특히 퀄컴과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AP 시장 양강구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신시장으로 꼽힌 서버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기술 추격 속도도 빠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코어 프로세서가 8개 달린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세계 처음 출시했지만 발열 등 기술 문제 때문에 갤럭시S4에 거의 공급하지 못했다. 그 사이 미디어텍이 지난달 ARM `코어텍스-A7`을 8개 장착한 옥타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화웨이·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자체 AP를 개발하고 있어 AP 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 AP 개발팀에 1000여명 이상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사 쿼드코어 AP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레노버·TLC 등도 최근 자체 설계팀을 꾸렸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퀄컴·삼성전자 AP 채택률이 급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체 칩을 사용하고 대만 저가형 AP 업체들이 4G 이동통신용 칩을 출시하면 두 회사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세계 AP 시장에서 지난분기 대비 퀄컴은 2.2%, 삼성전자는 1.2% 점유율이 하락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