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절대 강자 TSMC 잡겠다"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 등 후발 업체 약진 무섭다

평면소자와 핀펫(3차원소자)을 비교한 개념도
평면소자와 핀펫(3차원소자)을 비교한 개념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시장 절대 강자 TSMC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스 등 후발 업체들이 미세공정 기술을 무기로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도 TSMC에 불리한 구조로 바뀌고 있어 대만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파운드리스가 퀄컴·미디어텍의 28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수주하면서 TSMC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TSMC는 미세공정 기술이 가장 앞선 파운드리 업체로 꼽혔다. 28나노 공정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는 TSMC 외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퀄컴·엔비디아·자일링스 등 글로벌 칩세트 업체들도 TSMC만 주로 거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지난 3월 미디어텍의 AP를 수주한 데 이어 최근 퀄컴 AP 물량도 TSMC로부터 뺏어 왔다. 28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한 덕분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현재 28나노 공정(300㎜ 웨이퍼)에서 월 1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말까지 월 2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20나노 공정 상용화에도 나선다.

삼성전자의 약진도 거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겨우 한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세공정 기술을 무기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최근 14나노 핀펫(FinFET) 테스트칩 양산에 성공했으며, 내년 상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14나노 핀펫 공정 개발에 성공하면 AP 파운드리 거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16나노 핀펫 공정을 개발 중인데, 완성도 수준이 낮아 2015년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 구조도 TSMC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지식재산(IP)이었다. 팹리스 업체는 집적회로(IC)를 디자인할 때 개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표준화된 IP를 선호한다. 세계에서 표준 IP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가 바로 TSMC다.

그러나 최근 들어 TSMC 표준 IP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퀄컴·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미디어텍·스프레드트럼까지 자체 아키텍처로 칩을 설계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표준 IP의 필요성이 줄어든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의 자체 설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IP보다는 제조 원가가 더 중요해진다”며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TSMC 대신 후발 파운드리 업체를 찾는 칩 업체들이 내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핀펫(FinFET)

기존 2차원 구조인 반도체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해 누설 전류를 줄인 기술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0나노대 미세공정 진입을 위한 필수 기술로 인식된다. 게이트(트랜지스터)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이라고 불린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