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6호기를 제외한 1~5호기 가동에 이상이 없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6호기 정비 인력도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고장 부위 진단에 참여하는 등 전력공급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가동이 정지된 한국수력원자력 한빛 원자력본부를 찾았다. 허일 한빛 원자력본부 차장은 최근 상황을 묻는 질문에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쏟아지는 장대비로 전라남도 영광의 폭염은 다소 사라졌지만 발전소 건물 내부는 오히려 더웠다.
5분 정도 걸어서 한빛 6호기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덥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최근 전력난으로 필수설비 가동 지역을 제외하고 냉방은 중단했다. 터빈·발전기 관제실에 도착하자 이제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열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발전부 온도는 43도. 가동은 중지됐지만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이 터빈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발전소 브레인 역할을 하는 중앙관제실로 들어서자 수십 명에 달하는 인원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관제실로 식사를 운반하는 카트가 들어왔다. 총 여섯 팀이 교대 근무하며 발전소 내에 상주하는데 발전소 가동이 멈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어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과 고장원인을 검증하는 회의가 예정돼 있어 직원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역했다.
한수원 측은 원자로냉각재 펌프 전동기의 차단기 회로 고장을 6호기 가동 중단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의 진행상황에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심각한 기계 결함이나 추가적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6호기 가동 중단으로 100만㎾급 설비가 이탈했고 이달 28일 95만㎾급 한빛 1호기의 정기정검마저 예정돼 있어 민감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고장과 사고를 구분하지 않는 오해의 눈길이었다.
한 직원은 “단순고장도 발생하면 안 되지만 이를 사고나 큰 결함으로 인식하는 것은 국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한빛 본부도 있는 그대로 원인을 밝히고 조속한 복구 절차를 추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동 한빛 원자력본부장은 “한빛 6호기 가동 중단 원인을 자체적으로 규명했고 이를 검증받는 절차만 남았다”며 “일각의 우려처럼 사고나 큰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 최대한 빠른 대응으로 전력난 우려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영광(전남)=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