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전자공학도였던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첨단 디지털 디자인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해 대학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23일 대구대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디자인 석사학위(산업정보디자인학과 전공)를 받은 76세 이종한 씨다.
이 씨는 재학기간동안 젊은이 못지않게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 총장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그의 석사 졸업 논문은 현대 사진술을 이용한 동양화적 묘사(부제 디지털 사진기법의 활용을 중심으로)이다. 이번 졸업 논문은 사진을 통해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해석하는 이론적 바탕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이라는 현대적 사진기술을 활용,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묘사했다. 이 분야는 중국에서 몇몇 작가가 시도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시도였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젊은 작가들도 다루기 쉽지 않은 고난이도의 현장 촬영과 포토샵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했다. 자신의 탄탄한 사진 기술에 디지털 기법이 접목돼 사진과 IT기술의 융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시민권이 있는 이 씨는 미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관련분야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온 엔지니어 기업가였다.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해군사관학교 재학시절 졸업앨범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앨범을 준비하며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됐고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다 60세가 넘어 은퇴 후 본격적인 작품사진에 도전하게 됐다. 70세에는 사진과 함께 디자인에 대한 학문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구대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이 씨는 “동양화가 가진 무한한 아름다움과 숭고한 정신은 전 세계가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적 자산이다”이라며, “졸업 작품은 디지털 기술로 동양화를 새롭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경산전국사진공모전 금상 등 국내외 사진 공모전에서 30여회 수상을 하기도 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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