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컬럼]열대우림이 눈보라를 만났을 때

제목을 듣고 이상기온 현상이나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아니다. 온라인이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지각변동을 함께 응시하자고 제안하려는 참이다.

김상순 변호사·이화여대 로스쿨 겸임교수
김상순 변호사·이화여대 로스쿨 겸임교수

아마존(Amazon)은 처음엔 우림(Rain Forest)으로 유명했지만, 전자상거래 회사의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해 원 클릭(one-click) 서비스로 각인됐던 회사는 원격웹서비스(AWS)를 열어 클라우드컴퓨팅을 제공하고 킨들(Kindle)이라는 단말기로 태블릿 시장을 초토시켰다.

아마존 영향력이 점점 커져 아마조니피케이션(Amazonification)이라는 조어(造語)도 생겼다. 급기야는 워싱턴포스트(WP)라는 이름의 언론사를 인수했다. 회사 자격이 아니라 제프 베조스 CEO가 개인 자격으로 매수하였다고 알려지긴 했다.

블리자드(Blizzard)는 한랭습윤한 눈보라 폭풍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게임 개발회사로 더 알려져 있다. PC방 IT인프라 건설에 기여하고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이름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 명작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회사다. 각 사용자는 연결하는 배틀넷을 통해 세계인에게 협업과 대결의 재미를 알려줬다. 디아블로(Diablo) 게임시리즈를 만들고, 이어서 출시된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라는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MMORPG)을 만들어 스토리 탄탄한 가상세계를 만들어낸 회사다.

워싱턴포스트를 만났던 아마존이 이번에는 블리자드를 만나면 어떨까. 만날 수 있을까. 가능할까. 블리자드는 작년 초부터 `배틀 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도입하였고, 올해 7월 한국 배틀넷에도 적용했다. 아마존은 지난 5월 `아마존 코인`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실 세계에서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아마존이, 가상(cyber) 세계에서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블리자드와 코인을 매개로 접점이 생길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이 블리자드를 만났을 때 현실과 가상세계 모두를 장악하고, `코인`으로 현실 경제와 가상 경제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년 페이스북의 상장 소식이 들릴때즘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돈으로 무인도 하나 구입해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 하나를 세울 수도 있을 만큼 커졌다는 농담 섞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아마존은 지구상의 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 그 자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존 계정을 통해 개인의 물품 소비 성향과 패턴도 알게 되고, 페이스북 계정으로 현실 세계의 친구들이 누군지 알게 되며, 배틀 태그(Battle Tag)를 통해 게임 세계의 친구와 선호를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자신 소유의 화폐를 모조리 `코인`으로 충전한 후 아마존에서 생필품들을 원클릭 서비스를 이용해 주문 소비하고, 블리자드의 배틀넷에서 게임하며 놀다가 또 `코인`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페이스북에서 이를 교환하는 순환형태가 멀지 않은 미래에는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점점 더이상 실물화폐가 필요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미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변화라든가, 화폐유통 속도 저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이 열심히 분석하고 있지 않을까. 거래단계 생략으로 인한 부가가치세 세수 감소 문제는 해당 정책당국이 고민할 노릇이다.

먼나라 이야기만 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카카오톡` 안에 오픈마켓 쇼핑몰인 `11번가`가 입점하거나 `네이버 라인` 안에 `지마켓`이 들어가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된다. 열대우림이 눈보라를 만나면, 아마존으로 상징되는 실물의 유통 흐름이 블리자드로 상징되는 가상의 흐름과 결합되면, 상상을 넘는 파급력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휴대폰에서 이렇게도 쉽고 빠른 속도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을 상상 못했다. 현실과 가상의 신속한 융합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우린 어디까지 준비하고 있어야 할까.

김상순 변호사·이화여대 로스쿨 겸임교수 ueber.la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