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수장(首長)의 성격에 따라 발전과 퇴보 그리고 색깔을 달리한다. 처음 조직이 구성된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만든 글로벌창업지원센터 향후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IDC벤처스코리아 대표, 제이모어파트너스 파트너 등 요직을 거치며 벤처 창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두루 경험한 민간 벤처투자 전문가인 오덕환 대표가 수장으로 이달 초 부임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센터장으로 오리라는 `편견`을 깼다.
“창업만 부추긴다고 되나요? 저는 사실 걱정입니다. 이들이 내년, 내후년이면 폐업해서 실업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센터는 그런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대표 업체가 나오도록 독려할 겁니다. 협회 산하 조직이지만 철저하게 민간 중심으로 갈 겁니다.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돈 버는 건 자신 있으니 믿고 맡겨 달라 했습니다. 사명감이 없었다면 오지도 않았겠지요.”
오 센터장은 `10을 투자하면 1000을 거둬들였던` 잘나가는 사업가이자 투자자였다. 한국 창업 시장 인사이트(통찰력)는 물론이고 글로벌 IT업계 요구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의 시장 환경과 기술수요 차이에 대해 몇 시간 동안이나 얘기할 정도다. 그런 그가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스타트업 창업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기술기반`과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제대로 테크놀로지(기술)를 가진 기업이 드뭅니다. 요즘 성공하는 스타트업 태반이 다 서비스고 모바일 뿐이예요. 지난해 미국에서 100억달러 이상 기업공개(IPO)를 한 회사 상위 10개사를 보면 7개가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입니다. 제대로 된 엑시트(EXIT)가 있으려면 기술이 기반이 돼야 합니다. 또 시장이 좁은 한국을 겨냥하지 말고 제대로 본 글로벌(Born global)로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그걸 도울 겁니다.”
글로벌창업지원센터가 남다른 점은 오 대표라는 걸출한 인물이 센터장이라는 것 이외에도 어드바이저리(자문)그룹이 상시 주둔한다는 점이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PR 전문가, 통·번역사 등 11명으로 이뤄졌다. 예비 창업자는 상시 찾아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오 센터장은 “나는 앞하고 뒤만 본다”며 “앞은 펀딩, 뒤는 엑시트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간에서 어드바이저리해주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내달 3일 정식 개소하는 글로벌창업지원센터는 구석구석 오 센터장의 손길이 닿아있다. 예비창업자 간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확 트인 공간, TV 모니터를 보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소규모 회의실, 외국에 있는 벤처캐피털과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프로젝션이 있는 대형 회의실 등이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그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아카데미 산하 20개 스타트업이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향후 국내 273개 비즈니스인큐베이터(BI) 등을 통해 `소싱(sourcing)`을 받는 형태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경진대회를 통해 발굴된 업체도 솎아낸다. 이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대상으로 엑셀러레이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 센터장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컨셉트만 있으며 바로 창업을 할 수 있게끔 돕겠다”며 “해외를 나가고 싶어도 어떻게 나가야 할지 모르는 업체들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