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원, 평가실 이원화로 대전 이전 취지 `퇴색`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대전으로 이전했으나, 핵심 업무 시설인 평가실이 서울과 대전으로 이원화돼 이전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정원은 지난 3월 사옥을 서울 여의도에서 대전 유성구 도룡동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기정원은 평가실을 하나로 합치지 못한 채 대전과 서울로 이원화했다.

건물이 팔리지 않아 서울에 평가실을 남겨둔 채로 이전한 기정원의 서울 여의도 사옥 건물.
건물이 팔리지 않아 서울에 평가실을 남겨둔 채로 이전한 기정원의 서울 여의도 사옥 건물.

평가실은 연간 4000억여원에 달하는 중소기업 연구개발(R&D)과제를 평가하는 기정원의 핵심 업무 시설이다.

기정원은 입주 과정에서 대전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 6개 평가실을, 서울 기존 사옥에 4개 평가실을 설치해 연중 수시로 이뤄지는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정원 전체 평가 업무의 55%는 대전에서, 나머지 45%는 서울에서 따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평가 전문가들은 기정원이 이전 취지를 살리려면 평가실을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평가실 관리나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예산도 적게 들일 수 있어서다.

기정원은 내년 초까지 평가장을 대전으로 일원화할 방침이지만,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서울 여의도 사옥이다. 당초 사옥을 팔아 대전에 새로운 사옥을 만들고 여기에 단일화된 평가장을 개설하려 했지만 계획이 어긋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물이 팔리지 않자 건물을 비워두고 내려온 상황이다. 건물을 팔려고 해도 부동산 거래가 전혀 없는데다 건물 시세도 당초 매입 당시보다 크게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정원은 원칙적으로 사옥을 매각하거나 임대해 이원화된 평가실을 단일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는 언제가 될 지 일정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

김현중 운영지원부장은 “최대한 이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 평가실을 단일화할 것”이라며 “서울 여의도 사옥이 정리되는 대로 서울에 남아있는 평가실을 대전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