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14년 전력안정 전망 안심할 수 없다

전력난, 도대체 언제쯤 풀리나

[이슈분석]2014년 전력안정 전망 안심할 수 없다
[이슈분석]2014년 전력안정 전망 안심할 수 없다

예외는 없었다. 올여름에도 보란 듯이 전력피크는 발생했고 범국가적 소동이었다.

2009년부터 동계에도 전력피크 시 예비율 10% 미만을 맴돌던 전력은 5년 가까이 1년에 두 차례씩 우리에게 전력부족이라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원전비리 사건으로 유독 부담이 컸던 올해는 도대체 전력부족이 언제쯤에나 해결될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으로 국내 전력공급능력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이 당시 정부가 전력여유 시점으로 내다본 시기는 바로 다음해인 2014년이다.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전력공급 사정은 과연 내년부터 전력여유가 가능한지 의문을 품게 한다. 현재 밀양 송전탑과 재가동 및 완공이 늦어지는 원전 상황은 2014년 전력수급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전력여유 전망 “원전이 열쇠”

“이번 여름 전력부족은 다수의 원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던 이유가 큽니다. 사실 설비가 당초 계획대로만 가동됐어도 지금처럼 위기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전력업계에서 실질적으로 바라보는 전력여유 시점에 대한 전력관계자의 말이다.

9·15 순환정전 당시 정부는 2014년 하절기부터는 전력부족 문제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금 전력업계에서는 수치상 상황이 올 초부터 좋아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말 일부 발전설비가 준공시기를 앞당기는 등 조기 가동에 들어가면서다. 문제는 전체 설비 수치로는 상황이 나아진 것이 분명하지만 실제 가동설비는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가 전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는 8100만㎾ 규모다. 올여름 최대 전력피크는 7500만㎾ 수준이다. 결과론이지만 현재의 발전설비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지금처럼 잦은 전력수급 경보는 발령되지 않아도 됐다. 최대 전력피크에도 예비율 5% 이상을 유지하며 절전규제만으로도 올 여름을 넘길 수도 있었지만 최다 10기가 가동을 중지하는 상황까지 갔던 원전 악재가 크게 작용했다.

원전발 전력부족은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불량 제어케이블 사용으로 신고리 1·2호기가 정지해 있고 신월성 1호기 재가동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신규 증설설비로 2014년 전력수급 완화 키를 가지고 있던 신고리 3·4호기 역시 밀양 송전탑 문제와 함께 불량제어 케이블 문제가 겹치면서 전망이 불투명하다. 올해 10월 준공 예정이었던 신월성 2호기도 가동 시일이 늦춰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전력여유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700만㎾에 달하는 커다란 전력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그마치 국가 전력공급력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정부는 발전소 노후화, 고장, 예방정비기간 등 변수를 감안한다면 평시 최소 15%의 예비율을 확보하고 있어야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최대 전력피크 전망치는 8100만㎾ 수준으로 계획한 공급설비 전망은 9400만㎾로 예비율 16% 수준이다. 하지만 700만㎾에 달하는 원전 공백으로 전력공급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맥 끊긴 전력상황 2014년 이후도 불투명

내년도 전력공급계획 차질은 해당연도 전력부족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상 우리나라의 전력부족은 유난히 예비율이 높았던 특정 해를 제외하면 2000년도부터 조짐을 보였다.

10년 전 전력부족 문제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계속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2010년도부터 겨울철 피크까지 겹치면서 정비기간 부족으로 발전소 고장 위험이 커진 것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설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발전소별로 지는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수명 20년이 넘는 발전소는 30%를 넘어서고 있다. 보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라면 단계적으로 발전소 폐기와 이를 보완할 신규 설비 건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전소 건설 취소와 지연이 이어지면서 2014년 이후의 전력상황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지금의 전력부족이 3·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수요예측 잘못으로 빚어졌다면 앞으로의 전력부족은 수요예측에 따라 발전소가 건설되지 못하면서 발생할 여지가 크다.

반면에 발전소 운영과 확대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원전은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가동 중단 사례가 늘고 있고 발전소 신축 및 설비개선 소식이 있는 지역은 주민과 마찰이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부곡복합 3·4호기, 서울복합 1·2호기, 송도복합 1·2호기, 양주복합 등 20여기에 달하는 발전소가 준공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설비 규모로는 400만㎾로 원전 네 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밖에 분당복합이 주민 반대로 수명이 다했는데도 설비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민간발전소인 당진 그린발전소도 주민과의 갈등으로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고장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10년 113건을 기록한 발전소 고장정지는 지난해 161건으로 부쩍 늘었다. 내년부터는 영남·울산·인천화력 등 노후화설비가 본격 폐기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서 당초 계획 설비의 지연과 고장정지에 따른 피해 체감도가 더 클 전망이다.

◆전력 실어 나를 고속도로가 막혔다

설비공사 지연은 비단 발전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원설비 전 부문에서 맥이 끊겨 있는 상황이다.

765㎸ 송전라인 건설을 둘러싸고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사태가 대표적이다. 밀양 사태는 중장기 송전망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력 전문가들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발전설비는 있지만 이들이 생산한 전력을 이동시킬 고속도로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밖에 북안산 변전소가 입지 선정만 몇 년째 거듭하고 있는 등 전원설비 계획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력의 맥이 꽉 막혀 있지만 전력사용량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8위 규모 전력소비 국가다. 경제성장률과 핵가족화, 저렴한 전기요금, 전자기기 및 냉난방수요 증가로 세계적 경기불황에도 전력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최대 전력피크가 수치가 200만㎾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사용량은 해마다 원전 두 기만큼씩 늘어나지만 이를 감당할 전원설비 공사가 계속 늦어지는 한 전력수급이 여유를 찾기는 어렵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계획 발전소의 준공 취소 및 지연 등 점차 공급능력을 늘리는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며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계획취소를 염두한 추가설비 반영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 국가 전력수급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도 전력소비 증가 속도가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적정 발전설비 규모(단위: 만㎾, %)

자료: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연도별 최대 전력피크 (단위: 만㎾)

자료: 한국전력공사

[이슈분석]2014년 전력안정 전망 안심할 수 없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