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0여년 만에 '협력사 통합 조직' 출범…

공급망관리 재편 신호탄될 듯

LG전자가 지역·사업본부별로 산재돼 있던 협력사 조직을 통합 출범시켰다. LG전자가 협력사 조직을 통합 구성한 것은 과거 금성사 시절 이후 20여년 만이다. 각 사업 분야를 대표할 만한 소재·부품 협력사를 육성해 스마트폰·TV 등 주력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초 서울·평택·창원·구미 협력사 조직을 모아 `트윈스클럽`을 발족했다. 트윈스클럽은 금형·프레스·회로소재·모듈 4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역량 있는 협력사가 대거 포함됐다.

금형·프레스 뿌리기술에 2개 분과를 배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향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기술을 집중 발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는 트윈스클럽 소속 기업에 기술·자금 등을 지원해 세계적인 소재·부품 업체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일부 협력사가 삼성전자·애플로 이탈했다.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이 망가지면서 LG전자의 가격 경쟁력도 취약해졌다. 부품 수급 불안 탓에 신제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LG전자가 G2 등 전략 스마트폰 출시 일정에 맞춰 발 빠르게 소재·부품 공급망 재건에 나선 이유다.

트윈스클럽 출범은 LG전자 공급망관리(SCM)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LG전자는 전 사업 분야에 걸쳐 소수 핵심 협력사를 집중 육성해 규모의 경제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 관계자는 “TV·냉장고·세탁기 같은 제품은 동일한 사출업체에 주문해 구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이 핵심 협력사를 엄선해 중점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 정비 작업은 스마트폰·TV 등 주력사업에서 LG전자가 강력한 공세를 펼치기 위한 전열 가다듬기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도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기 전 핵심 협력사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한 바 있다. 지난 2007~2008년 노키아가 피처폰 시대에 정점을 찍을 때 품목당 5~7개에 달하는 협력사 수를 서너 개로 축소하고 물량을 몰아줬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우수 협력사를 발굴, 지원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스마트폰·TV 협력사 조직을 합친 평택협력회를 구성하면서 트윈스클럽 출범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었다. 평택협력회는 8개 분과에 70~80개 협력사가 등록됐다. 트윈스클럽은 평택협력회를 모태로 분과를 절반으로 줄이되 타 지방 사업장 협력업체 비중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소재·부품 등 후방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트윈스클럽이 삼성전자 협성회를 이을 명품 협력사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