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이라 불리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은 20~30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지만 지금은 없이 생활하는 것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가전산업은 내수에 힘입어 해외 수출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TV는 물론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도 상당수다.
생활 속 안락함과 편리, 효용성을 이미지로 내세운 소형가전의 종류와 사용도 계속 늘고 있다. 과거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 정도에서 이제는 헤어드라이기, 전기다리미와 주전자, 진공청소기, 토스터, 식기세척기와 비데까지 수십 종이다. 가구당 평균 10개 이상의 가전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에 편리함을 안겨주는 대명사지만 가전제품의 사용 이면에는 `환경 불화적 요소`가 적지 않다.
대형 백색가전은 물론 소형가전까지 이름 그대로 모두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제품이다.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대량 사용해야 한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은 논하지 않더라도 가전이 주는 편리함 속에는 환경 오염과 파괴라는 결과가 녹아 있는 셈이다.
가전 중에서 세탁기, 식기세척기, 비데 같은 제품은 가정의 물 소비량을 크게 증가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과거 이러한 제품이 없었을 때는 불과 몇 리터에서 몇십 리터로도 족했을 빨래와 설거지는 지금은 수십 수백 리터의 물을 사용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가구당 전기사용량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국민 1인당 1일 물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자동차의 화석연료 소비와 배출되는 매연, 가전의 과다한 전기와 물 사용처럼 현대 사회의 첨단 기술과 제품에는 이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한 돈 이외에 또 한번 치러야할 대가가 잠재돼 있다. 풍요로움과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잠재된 대가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대재앙으로 치러야 할지 모른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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