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맹추격 중인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베이징옵토일렉트로닉스(BOE)가 오히려 우리나라와 협력을 촉구했다. 기술 유출의 우려가 여전히 높지만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오픈 마인드를 가져달라는 주문이다.
27일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학술대회(IMID) 참가차 방한한 왕둥성 BOE 회장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중국과 한국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길이 많다”며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야 세계적인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BOE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가장 예민한 존재다. 현재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대면적 LCD에서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설비 투자 계획만 보면 지금보다 몇 배 성장할 수 있다. 동시에 설비 투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내 장비 기업들에는 반드시 고객으로 확보해야 할 기업인 셈이다.
왕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거대 중국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의 인프라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시장을 같이 열고 기술 개발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기술 유출 우려 탓에 국내에서 BOE와의 협력은 민감한 문제다. 이에 대해 왕 회장은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993년 설립 당시부터 BOE를 이끌었던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거물이다. 이번 IMID 2013 참석을 위해 기조연설 하루 전인 26일 대구에 도착해 국내 패널·장비·소재 기업 CEO들과 만찬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도 왕 회장은 한국 기업들에 협력할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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