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소재산업, 선도형 R&D전략이 필요하다

[소재부품칼럼]소재산업, 선도형 R&D전략이 필요하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 지속, 세계 경기회복 지연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산업은 수출 2767억달러, 무역흑자 19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서도 소재부품산업은 전 산업 대비 총수출의 47%인 1300억달러, 총무역흑자액의 2.5배에 달하는 483억달러를 거두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2001년 발효된 `부품소재특별법`에 따라 민관이 상생 협력해 연구개발(R&D)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특히 부품산업이 획기적으로 성장한 영향이 컸다.

지금은 그때와는 또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금융·서비스업 위주의 성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에 따라 구미 선진국은 다시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며 제품 혁신을 이루고 유통·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우리 경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소재부품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이자 산업, 에너지, 환경, 문화 등 생활 모든 영역에서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 산업이다.

최근에는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이 소재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재산업은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 독과점화가 가능하고 다른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소재산업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취했던 선진국 추격형 R&D 전략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 새로운 것을 먼저 창출하고 이끌어 나가는 선도형 R&D 전략이 요구된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소재 분야 중에서도 핵심 소재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핵심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세계 시장 선도형 소재산업 R&D 전략`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 고려 초기 왕들은 북방정책 등을 포함한 태조 왕권의 유언인 훈요 10조를 국가경영의 토대로 삼고 실현하려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권력을 장악한 외척을 비롯한 관료들의 반대가 거세 뜻대로 실현하기 어려웠다.

이때 광종은 쌍기라는 중국 출신의 전략가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과거제도를 실시했다. 이후 과거에서 등용된 관료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관료가 된 기존 외척 세력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들의 복리를 실현하는 데 힘쓰며 중심 세력이 됐다. 이처럼 효율적인 전략과 제도, 장기적인 투자만이 우리나라 소재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지난 2011년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관련 예산의 60%까지 소재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우리 소재부품산업이 세계 최강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는 향후 5년간(~2017년) 범정부 대책인 `제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은 한정된 정부 예산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대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등 R&D 주체들이 협력해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성이 큰 만큼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재 산업 특성상 한 번 전략을 수립하면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추진해야 한다. 한발 앞서나가는 선도형 R&D 전략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요구된다. 이를 잘 살려나간다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글로벌 소재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소재부품산업평가단장 kst@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