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찬 도약에 나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가장 애로로 꼽는 것은 국내 방송 시장 환경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종자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우리나라에서 TV방영만으로는 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애니메이션 제작비보다 판권료가 더 싸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는 TV용 애니메이션 한 회당 1억원 정도가 들지만 방송사에서 사는 판권료는 1000만원에 불과하다. 작품이 좋아도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 예산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판권료를 올릴 수 없는 사정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TV편성 시간대도 우리 애니메이션이 자리를 잡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방송사들은 대부분 오전과 오후 황금시간대에 애니메이션 편성을 꺼린다. 방송사 수익과 연계된 광고가 편성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아예 TV 방영이 아닌 방법을 택한 쪽도 있다. 라바를 만든 투바앤은 처음부터 TV방영을 포기하고 미용실, 버스, 지하철 등 스크린을 공략해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다양한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병호 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장은 “전체 파이가 100이면 유아용 파이는 10이다. 가족용이나 청소년 시장이 훨씬 크다”며 “그 시장에 진입을 해야 우리나라 제작환경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제작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방송 판권료를 넘기 위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록 등 해외에서 겪는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상표권 등록과 해외배급을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 캐릭터 사업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서 상표권을 등록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캐릭터 사업에는 문구, 팬시, 의류 등 수없이 많은 품목이 있어 영세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감당하기 힘들다”며 “정부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 배급도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에게는 큰 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각 국가마다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어 자국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벽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운 좋게 배급이 된다고 해도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토종 업체 힘만으로는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해외배급 연결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업계의 금융지원 요구도 절실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성공한 작품을 보유한 유명 제작사가 참여해도 제작단계에서 투자받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이를 보증해주는 제도가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전용 펀드가 있지만 영화나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투자회수 기간으로 인해 투자를 꺼린다”며 “투자가 활성화돼야 우리나라 작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잡는다”고 토로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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