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구직난 구인난

[프리즘]구직난 구인난

`대졸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시험지 세트만 7만개 정도 준비해야 합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의 말이다.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9월 시작된다. 주요 그룹별로 채용기준을 마련하고 서류접수와 시험일정, 면접방식 등에 대한 정비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입사경쟁률은 보통 수십 대 일에 달한다. 지방에서는 `어느 동네 아들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이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수준으로 회자된다. 취업 재수생, 삼수생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 실무와 별 필요 없는 불필요한 자격증 수 늘리기, 과시형 사회봉사 활동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명 구직난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인난도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이야기다. 한 중소기업은 과장급 연구직 직원 두 명이 이직한 후 대체 인력을 석 달이 넘도록 구하지 못했다. 리크루팅 회사에도 의뢰하고 알음알음 지인에게 소개도 부탁했지만 사람을 못 찾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내가 면접을 하는 게 아니라 취업준비생에게서 회사 연봉 수준, 향후 사업 비전과 성장성을 질문 받을 때도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구직난과 구인난`이 공존한다.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다. 대기업은 지원자가 넘치고 중소기업에는 일할 사람 자체를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대기업만 찾는 학생들을 탓할 수만도 없다. 표면적 급여 차이 이외에 중소기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고성장 중소기업 사례가 늘고 중소기업이나 청년창업에서 출발한 `성공스토리`가 더 많아져야 취업준비생의 분산을 이룰 수 있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더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도 충분한 비전이 있다는 점이 자꾸 노출돼야만 고용의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